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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 <청춘의 문장들> 10년, 그 시간을 쓰고 말하다 ㅣ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 / 마음산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김연수 작가에 대해 소설보다는 산문이 더 좋다는 말을 들은적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받기까지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지 정말,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조금씩 나눠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마친것이 지금이다.
<청춘의 문장들+>는 2004년 발간된 <청춘의
문장들>의 10주년을 기념한 산문집으로,
구성은 어떤 주제와 관련된 하나의 산문이 나오고 그 다음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되어 있는데,
목차를 보면 산문 + 대담이라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몇년 전부터, 책을 읽기 전에 책날개에 있는 작가에 대한 글들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그동안 김연수 작가에 대한 책을 거의 읽지
않았던지라,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어 일부러 읽었던 것도 있었다.
그동안 나는 당연히 김연수하면 소설가라는 것만 떠올라서
그가 스물네살 때 시를 통해 등단했다는 사실은 낯설게만
다가왔다...
내가 생각하는 시인들은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라,
그의 작품이 어떨지, 그의 사고는 어떨지, 아주 조금 더, 관심이
생겼다.
내용은 청춘이라는 것, 우연과 재능과 간절함이라는 것, 10년이라는
것, 직업이라는것, 소설이라는 것,
불안이라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것을 비록해 총 10개의 챕터로 되어
있었는데,
10개의 산문들과 대담들 중 나는 후자쪽을 훨씬 집중해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금정연씨와 김연수 작가가 질문과 대답을 하며 서로 주고받은
이야기들로 되어 있는데,
이 속에서 그의 단면을 볼 수 있어 더 자세히 봤던것 같다.
직장 생활하던 그의 모습도 알 수 있었고, 빨간책방을 통해 알게 된
김중혁 작가의 얘기도 나와,
괜히 그들의 얼굴을 상상해 보며 피식 웃음나는 순간도
있었다.
그의 산문은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던것 같다.
그러고 보면 어디선가 김연수 작가의 산문은 하루키의 산문과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한다는 말을 들은적 있는데,
나는 이것에는 동의할 순 없는것이, 너무 다른 느낌이라.. (나라의
분위기가 달라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김연수 작가의 글은 전체적으로 참 담백했다.
수식이 심하지도 않았고, 모자라지도 않아서 그냥 보고 있으면
편안하달까..
요즘 수식이 많이 붙은 치장하는 글들을 많이 봐와서 그런가, 이런
깔끔함도 좋은것 같다.
산문이 길이도 짧고 그 후 두 사람의 주고받은 이야기들로 진행되는
페이지가 많아,
밑줄 친(마음에 담은) 문장들이 없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책을 덮고 나니 곱씹어봐도 좋을 문장들을 발견해서 나누고
싶어진다.
그의 글은, 이 책은 20대 후반이나 30대 이상부터 보면 더
좋을듯^^
++
인생에서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다고 생각했거든요.
10대와 20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너무나 강했던
청춘 시절이 끝나고 이제부터는 여분의 삶이다, 그런 생각.
이제부터는 인생이 크게 바뀌지는 않고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갈
것이다, 뭐 그런 생각.
지금 그때의 제게 돌아가서 뭔가 얘기해준다면, 정신 차리라고 하고
싶네요.
네가 얼마나 어린지 아느냐고, 그러니 지금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못 돌아가는 거니까요.
그건 누구나 다 거치는 과정 같은 것이겠죠.
36p.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그 어느 순간부터 이 세상에는 낯선
것보다는 익숙한 것이 더 많아졌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뉘고 낯선 거리에 가도 어느
쪽으로 움직이면 되는지 대충 감이 옵니다.
태양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어쨌든 세상은 뻔하거든요.
..
그리고 저는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겪을 모든 일들을 스무 살 무렵에 다 겪었다는
사실을.
그 모든 사람을 스무 살 무렵에 다 만났으며 그 모든 길을 스무 살
무렵에 다 걸었습니다.
그 모든 기쁨을, 그 모든 슬픔을, 그 모든 환희를, 그 모든
외로움을, 스무살 무렵에.
42p.
당신은 언제 눈물을 흘리는가? 적어도 나는 짐작과는 다른 일들을
겪을 때 눈물을 흘린다.
대체적으로 삶이란 짐작과는 다르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부터
나는 삶을 추측하는 일을 그만뒀다.
삶이란 추측되지 않았다. 그냥 일어날 뿐이었다.
100p.
젊었을 때는 천 년을 살 수 있는 사람처럼 살았으면 해요.
하고 싶은거 다하고, 보고 싶은 거 다 보고요.
하지만 그런 낮을 보낸 날에도 밤은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고, 그
밤에 대개 우리는 혼자겠죠.
그런 밤이면 아마 시간이 너무 많아서 버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거예요.
맞아요. 그래서 청춘은 무거워요.
19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