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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리운 것은 늘 멀리 있는 걸까? -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 따뜻한 기억들
박정은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고 순간적으로 멍-하게 되는 책이 있다. 그 의미를 곱씹어 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들.
가만히 보면 감성을 툭하고 건드리는 것들이 대체로 그런 편인데 이 책 또한 그랬다.
<왜 그리운 것은 늘 멀리 있는 걸까>.. 얼마나 서정적인 제목인가.
새벽에 읽기 시작해서 그런지 자꾸 내용을 보기 전에 책의 제목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들은 왜 늘 멀리만 있는 걸까? 아니면 우리 가까이 있지 않기에 늘 그리워지고 그러기에 더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며 따뜻함이 물씬 느껴지는 표지를 넘겼다.
이 책은 다른 것과 달리 독특했던 것이 일반 종이가 아닌 크라프트지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내려갔다.
얼마 만에 보는 크라프트지인지.. 정말 추억의 느낌이 가득했고
독자들의 마음을.. 아니 일단 내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어디에 담겨있는지에 따라 그 농도와 전달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때 다시 느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림이 많은 책이라 설렁설렁 가볍게 읽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이전에도 비슷한 유형은 많이 접해봤기에 이번에도 똑같겠지, 뭐.. 비슷하겠거니 했지만.
웬걸. 단순히 일러스트레이터로만 봤던 그녀가 쓴 글은 생각보다 더 괜찮았고,
이런 감성 에세이들은 보통 감성 코드가 맞아야 공감하며 집중할 수 있는데 그녀의 그림은
따뜻했고 그녀의 글은 평소 내가 일상에서 느꼈던 것들과 비슷한 점이 많아 어느새 빠져서 읽고 있었다.
특히 엄마에 대해 말하는 부분과, 결혼생활을 그린 부분에서는 내 옆에 있는 남편의 얼굴이 생각났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그린
부부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결혼생활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되었다.
내용적으로 보면 어느 부분에서는 귀여운 그림체와 더불어 요즘 사람들이 많이 보는 가벼운 일상 웹툰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가
또 다른 부분에서는 특정한 것에 대한 작가의 관점을 가볍지만은 않은 글과 함께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더 구체적으로 정확히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면에서 박정은 작가의 <왜 그리운 것은 늘 멀리 있는 걸까>는 참 부러운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이다.
일상 속에서 겪게 되는 소소한 일들, 머릿속에 드는 다양한 생각들 그리고 갑작스레 떠오른 옛 기억과 그리고 싶은 모든 것들을 그녀는 하루에 한 장씩,
그리고 싶은 만큼 그려냈고 그 결과물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저자 본인이 그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 위로를 받았기에 읽는 나도 자연스레 휴식을 취하듯 읽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일주일에 걸쳐 조금씩 나누어 작가의 기억을 함께 공감했던 그 시간 동안에 나는 그녀가 바랐던 것처럼
멀리 있는 그리움들을 꺼내볼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을 가졌다.
그림 그리는 것이 가장 좋다는 그녀, 앞으로도 그녀의 따뜻한 기억을 담은 책들을 계속 지켜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