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본성에 관한 보고 - 서해컬처북스 3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지수희 옮김 / 서해문집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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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글쟁이의 복수심인가? 이 책에서 발자크가 비판하는 인간형들은 비판받아야 하고도 남는다. 내 생각엔 매장도 가능하다.근데, 서글퍼진다. 누구더라..이름이 기억 안나는 일찍 죽은 어떤 천재 수학자가 늘 '천재는 못알아보고 쓰잘데 없는 평범한 인간들이판을 치는 썩어빠진' 사회를 저주하며 한 생 다 보냈다고..

뭐 맞는 말이다. 천재가 인정을 못 받는지는 잘 모르지만 범상인들이 우와하고 뜨는 경우야 많으니까. 이런 종류의 책은 그래서 늘 내겐 서글픔을 남긴다.발자크는 지금 대작가의 칭호를 받지만 빚더미에 눌려 여관방을 전전하던 그의 지난 삶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태연한 얼굴이지만 가슴은 가득 독기를 품은 채 얇은 펜을 놀렸을 발자크의 모습이 떠오른다. 책은 잘 썼다. 비판도 정말 구구절절 다 옳고 멋지다. 하지만 그래서 더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나의 오버된 상상력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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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바르와 페퀴셰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진인혜 옮김 / 책세상 / 199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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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이 사람의 책을 좋아한다고 해야 하나? 싫어한다고 해야 하나? 불쌍한 주인공이나 그들을 괴롭히는 못된 군상들이 나오는 이야기는 정말 속이 쓰려 못보는 성질이라 (테스 같은 책..정말 읽기 힘들었다.)..보바리 부인도 그랬다. 에마를 동정했던 것이 아니라, 그 와중에 돈 뜯어먹는 뢰뢰 같은 놈들을 보고 정말 신경질이 났었다.

이것도 은근히 신경질나는 이야기다! 부바르와 폐퀴셰의 장미빛 미래가 서서히 꿈을 잃어간다...사실 이사람들의 지향과 잡다한 것들에 대한 연구열등이 나랑 비슷한 인간형이라고 느껴 더 그랬다. 우연히 물려받은 재산으로, 시골로 은퇴하여 이제부터 소일과 학문(?)에 매진하는 즐거운 삶을 꿈꾸는 두 짝꿍.....

에잇 하지만 그들은 왜 그리도 운이 없는지!!! 왜 하는 실험마다 다 실패하고 가산은 점점 기울어 가는지!!! 게다가 보댕 부인과 이집 하녀같은 여자들은 왜 또 긁어부스럼을 만드는지!!!! 둘의 불행(?)도 그렇지만 귀스따브 플로베르 이 넘의 비웃는 듯한 태도 때문에 더 열이 받았다. 사실 하도 그래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기도 했지만..

나같은 성격의 독자는 읽다 보면 성질 나빠지는 책이다. 굳이 읽으라고 권하고 싶진 않지만, 그렇지만 은근히 친구놈들한테 찌르고는 있다..우잇!! 너!! 낼까지 읽어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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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의 놀라운 모험
에리히 케스트너 / 유진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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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읽고서 어렴풋이 기억만 남아있던 이야기를 (물론 제목같은 것도 기억 전혀 안났다), 어느 날 서점에서 집어든 책에서 발견했을 때의 그 날아갈 듯한 기분이란...당장 사갖고 와서 정신없이 읽어 치우고, 옛날보다 더 많이 웃었다. 나도 이젠 애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정말 어른들 시각에서 어쩌구 하고 평하는 셈이 될 수도 있어서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어쨌든 진짜 좋은 책이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

기차안에서 졸때 에밀이 꾸던 꿈처럼 우리도 맨날 엄마한테 혼날 꺼리 있을 때 수없이 괴로워하며 꾸지 않았던가!! 난지금 이 이야기꾼의 모든 책들을 읽고 싶어 몸이 달아 있다. 으앙~~왜 별표는 다섯 개 뿐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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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가슴속에 무엇을 지녔는지 미리 안다면 - 혜원시인선 31
하이네 / 혜원출판사 / 199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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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평가하는 듯한 '훌륭하다'는 식의 말은 못하겠다. 독일의 시는 무척 아름답다. 번역된 시인의 수가 하이네나 괴테등을 제외한 유명시인 외에는 많은 편이 아닌데 몰랐던, 또 이름만 들어보고 그 시는 읽어본 적 없었던 독일 시인들의 노래는 이 책에서 처음 보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유명한 시인들 못지 않게 진하고 단단한 기운을 내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옛 동화책에 나오는 펜으로 세밀히 그린 그림들을 넣고, 책 전체의 디자인과 편집은 요즘에 나오는 수많은 책들에 비하면 결코 고급스럽다거나 세련되었다고 할 수 없는데, 오히려 군더더기 없이 내용이 더 돋보이는 기획이다.

이 책에 실린 독일 시들은 흔히 말하는 프랑스 천재시인들의 시와는 분명 다르다. 아름답다. 그리고 비평이라는 형식으로는 이들을 대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그 순간 한 줄이라도 더 머릿속에 기억하고 끌어안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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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너무 길다
쥘 르나르 지음 / 바다출판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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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나르는 하이네같은 시인일까? 아님 파브르처럼 관찰자일까? 둘 다다. 거기에 <쥘 르나르> 가 더해졌다. 바퀴벌레의 묘사,

-시커먼 열쇠구멍처럼 착 달라붙어 있구나!

그 섬뜩한 <착>이란 소리에 입이 딱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자연을 사랑한다면, 전부 다 사랑해야겠지. 이 책에서 잡아낸 자연 생물들의 목록의 양이나 고양이등 이쁜 것들을 빼고도 별의별 것들, 징그러운 것도 던져버리지 않고 태연히 스케치한다. 집구석에는 바퀴벌레나 쥐며느리가 있기도 하고,오랫동안 길러온 식구같은 개를 어쩔수 없이 죽여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 책에는 그럴듯한 윤색이 없다. 그래서 더 반짝반짝하는 수풀의 인간과 자연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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