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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피플 3집 - Snap
플라스틱 피플 (Plastic People) 노래 / 파고뮤직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플라스틱 피플 3집을 듣기 전엔 솔직히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전 앨범들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야말로 '평작' 수준이었을 뿐,
그렇게 크게 와닿는 느낌은 없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피플의 1,2집 뿐만이 아니라 Marry-Go-Round 시절을 포함해서)
까놓고 말해서 언니네이발관 이후로 우리나라 인디씬에서
달달한 포크팝이 '새로운 것'도 아니지 않은가?
여기저기서 올해의 앨범 중 하나라고 추켜세울 때도
그냥 시큰둥 했었는데 막상 앨범을 들어보니
평단의 호들갑스러운 찬사가 단순히 '오버'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이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여느 뮤지션들처럼 장르에 얽매여서
음악의 자기진화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지나치게 장르의 공식만을 따르는 충직한 앨범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타팝이라는 옷을 입고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 보여주는 음악들은
결코 말랑말랑한 팝적 감수성에 머물지 않는다.
앨범 후반부에 있는 <흑백사진>이나 <역사>같은 묵직한 노래가 그 증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은 '앨범으로서의 균형미'다.
지금처럼 mp3 파일이 보편화되어있고 디지털싱글, 끽해봐야 EP앨범들이
가수들의 음악 활동을 규정짓는 현실에서, 풀렝쓰 앨범의 '구성'을 생각하는 것만큼
무모하고 쓸데없는 게 있을까? 차라리 그 시간에 후크송 하나나 더 뽑아낼 것이지?
그런데 플라스틱 피플은 '노래모음집'이 아닌'앨범'을 만들고 있었다.
인디이기에 가능했던 것일까? 아니다. 이건 플라스틱 피플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 앨범이 앨범으로서 얼마나 뛰어난지는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첫 곡 <그늘에 서서>나 <우리들의 여름>같은 전형적인 기타팝 음악들과
마지막 곡 <흑백사진>이나 <역사>같은 록킹한 곡을 비교해서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너무나도 이질적인 첫곡과 마지막곡이 어떻게 한 앨범에 동시에 존재하면서도
이렇게 낯설지 않게 어울릴 수 있을까? 그 해답이 바로 '앨범으로서의 완성도'가 될 것이다.
이것저것 다 집어 치우자.
이따위의 의미부여에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머리아프게 이것저것 따져가면서 앨범을
듣지 않아도 이 앨범은 충분히 '훌륭한' 앨범이다.
특히 <농담으로 충분한 하루>같은 곡은 '올해의 싱글'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한국의 인디씬에서 '혁명적인' 음악을 기대하고 이 앨범을 듣는다면
실망스러울지 모르지만, '인디'가 전해주는 음악 외적인 상징성으로 인해
쉽사리 보이지 않는 인디씬의 '음악 내적인' 수준을 보고 싶다면 주저없이 이 앨범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