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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7집 - Seo Tai Ji 7 [리마스터링 재발매]
서태지 노래 / ㈜스포트라이트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서태지 7집은 서태지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꽤나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5집처럼 베일에 쌓여있다가 외계인처럼 덩그러니 앨범 한장 들고 나와서
특유의 아티스트적 이미지와 언론의 폭발적인 주목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며
극도로 신비스러운 아우라를 폴폴 풍긴 앨범도 아니었고,
실로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와 얼굴을 공개하고 공연을 했던 6집과도 다르다.
7집에 다다랐을 때 서태지는 예전에 자신을 둘러쌓고 있었던
(그게 음악이건 서태지 특유의 캐릭터성이건)무거운 외투를 훌훌 벗고
한결 편안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온 보다 가벼운 모습이었다.
그래서 이 앨범은 과거의 여느 앨범들보다 주목받지 못했다.
팬들 사이에서야 그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신비감을 벗고 대중친화적으로 돌아온 그의 모습에서
일반 대중들은 지금까지 '서태지'라는 이름에 기대했던 '신비스러운 천재'라는
모습을 날려버린 이 앨범에 와선 급격히 관심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한땐 전설이었던 그였는데, 이젠 너무 친근해졌다고 할까.
그러나 대중들의 관심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서태지의 7집 앨범은
개인적으로 그의 음악 인생에 있어서 일종의 터닝포인트가 된(될) 앨범이라고 본다.
아이들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해외에서 유행하는 최신 음악 스타일을
한국적으로 변형시켜 앨범을 발표하던 스타일은 6집까지 이어졌다.
이는 그에게 있어 일종의 '음악적 벽'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중들은 항상 끊임없이 그에게 '새로움'을 요구했고 이런 기대감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까,
5집을 넘어 6집에 와서는 '재창조'가 아닌 '담습'수준에 머물었던 하드코어 록음악은
더이상 서태지라는 뮤지션에게 있어서 음악적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실망감을 안겨줬다.
(물론 6집이 결코 나쁜 앨범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 앨범들이 해외 음악적 트렌드의 차용을 넘어
'재해석'이라는 표현을 써도 부끄럽지 않을만큼 보통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주었던 데 반해
6집 앨범에서 보여준 음악들은 그냥 '유행 따라가기' 정도로만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7집에서 이런 부담감은 훨씬 덜해보였다.
비로소 이 앨범에서 그는 '음악 전달자'가 아닌
'음악의 창조자'로서 태어났다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이러한 분위기는 앨범의 성격을 규정짓는 곡 <Heffy End>를 지나
<Victim> <Live Wire>에서 극명하게 보여지는데,
여기서 그는 어떤 '구속'적인 느낌을 떠나 진정으로 음악 속을 유영하고 있는 느낌이다.
<로보트>와 <Zero>에선 아이들 이후 솔로 앨범에선 볼 수 없는
'소년 혹은 소녀적인 감성'까지 지니고 있으니 이 어찌 진일보한 발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비록 대중들의 관심은 이 앨범을 기점으로 급격히 수그러졌지만
개인적으로 서태지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게다가 이번 리마스터링 버전은 (10주년 기념앨범과 똑같긴 하지만)
보너스 트랙이 무려 9곡이나 되기 때문에 아직 이 앨범이 없는 사람들과
아쉽게도 10주년 앨범을 못 산 이들에겐 더없이 좋은 아이템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