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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e - For Long Tomorrow
toe (토) 노래 / 붕가붕가 레코드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이런 음악을 들으면 흥분할 수밖에 없다.
통속적인 장르의 훌륭한 재해석은 그저 '좋다'라고 끝날 뿐이지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음악은 입에 거품을 물고 열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로 이 앨범을 들었을 때... 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이 앨범을 사게 된 이유는 <After Image>의 M/V영상을 보고 나서이다.
개인적으로 보통 M/V를 볼땐 영상은 안 보고 클릭만 해놓고 음악만 들으면서
다른 인터넷 사이트 돌아다니면서 눈팅을 하는 습관이 있다.
그러다가 귀를 잡아끄는 음악이면 제목 한번 확인해보고, 그런 식이다.
이 뮤직비디오 클립 역시 그렇게 감상을 했었는데..
처음부터 이건 귀를 잡아끄는 수준이 아니라 온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그후 향뮤직에 들어가서 이 앨범에 대한 정보를 접한다.
일본 포스트락 밴드였다. 앨범 소개란에 링크로 걸린
후지 록 페스티벌 라이브 영상은 너무나도 자연스레 주문 버튼을 클릭하게 만들었다.
Post Rock이란 이름을 위시해서 우린 얼마나 많은 진부한 음악을 들어왔는가!
이건 마치 90년대 초반 Alternative Rock이 '대안'이 아니라 하나의 장르와 시대적 조류로
정형화되면서 문자 그대로의 '대안'으로서 가치를 잃어버린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Post Rock이 진정한 록의 Post를 보여주는 경우는, 이젠 없다.
Toe는 Post Rock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들려준다.
일단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후덜덜한 실력을 자랑하는 드러밍이다.
그리고 베이스, 기타를 차례대로 들어보면 악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라고 하더라도 음악애호가라면 얼마나 연주 실력이 대단한 지 알 수 있다.
포스트록이 흔히 지향하는 노이즈 그득한 기타사운드도 이들에겐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카랑카랑하고 깔끔한 트윈 기타로 청자들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렇다고 음악이 결코 어려운 건 아니다.
자세히 들으면 들을수록,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그들의 믿기 힘든 연주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난해한 곡 구성으로 대중들에게
일종의 '벽'을 만드는 매니아틱한 음악은 결코 아니다.
<After Image>와 <Two Moons> <グッドバイ>를 들어보라!
이들의 연주가 훌륭한 이유는 연주 실력 그 자체에 대한 '과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연주가 각각의 곡에 기가막히게 스며들어가는 자연스러움에 있다.
아....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이 음반을 라이센스 해준 붕가붕가 레코드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온갖 음악에 식상해 있다면 당장 Toe의 앨범을 집어들어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