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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형 두번째 소품집 - 봄의 기적
이지형 노래 / 해피로봇레코드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이지형처럼 팝음악을 잘만드는 뮤지션은 분명 우리나라에 얼마 없다.
다만 그가 언더그라운드를 중심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대중음악계의 굵직굵직한 작곡자들, 뮤지션들에 비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그가 만들어낸 팝음악은,
특히 기가막힌 멜로디메이킹은 도통 마르지가 않는다.
1집부터 첫번째 소품집에 이어 2집을 지나 이번 두번째 소품집까지..
이지형의 음악을 처음 만났던 건 위퍼 시절이었지만
이지형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들었던 건 그가 솔로 앨범을 발표한 2006년 이었다.
<Radio Dayz>가 타이틀 곡으로 있는 이 앨범에서 보여준 대중적 감각은
확실히 사람들의 귀를 기울이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의 첫번째 소품집 [Coffee & Tea]는 <빰빰빰>이라는 걸출한 곡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모든 곡을 관통하는 수려한 멜로디 라인을
이지형이란 뮤지션을 범상치 않은 인물로 각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이는 2008년에 발매된 2집 [Spectrum]에서 그의 음악적 역량을 만개하며 절정에 이른다.
얼마전 나온 이 앨범, [봄의 기적]에서 느낄 수 있었던 건 "여전하다"였다.
이는 결코 '진부하다'는 표현과 동의어가 아니다.
여전히 그는 끊임없이 훌륭한 노래들을 뽑아내고 있었다.
이지형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인 섬세한 멜로디라인이 여전히 살아 숨쉰다.
네 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한번은 주춤할만도 한데 그의 팝적 감각은 마르지가 않는다.
특히 이번 앨범에선 과거의 세장의 앨범에선 쉽게 보지 못한 차분한 면을 볼 수 있다.
<전화>나 <내가 없는 하루> <늘 묻고 싶었던 말>과 같은 노래 등에서 느낄 수 있다.
최고의 곡 <불면의 기행>에선 이지형표 어쿠스틱 팝음악의 절정을 보여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앨범 타이틀과는 다르게 무거운 노래들이 많이 있어서
'봄'과는 그리 어울리는 앨범이 아니라는 점이다.-_- 오히려 겨울이나 가을과 어울린다.
이지형은 상당히 어중간한 인지도를 얻고 있다.
비록 토이의 객원보컬로 최근에야 많은 주목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인디씬에서도 '열성 팬'이 아니라면 시큰둥한 반응이고,
얼굴이 너무 잘나서(?) 음악적으로 주목을 크게 받지 못하는 경향도 있다.
대중음악씬에선 인디 뮤지션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지만 그의 음악은 씬을 넘나들 수 있는 힘이 있다.
이지형은 하늘과 땅처럼 분리된 인디와 메인스트림 간에
음악적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충분히 있다.
그 이유가 바로 이 앨범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