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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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우리의 상상력이 그려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비웃으며 훌쩍 달려가고 있다-
 

2008년 당당히 국방부 불온서적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4권 짜리 [대한민국史]의 저자, 한홍구 교수의 2009년 신작입니다.
이 책은 2008년 10월 13일부터 12월 1일까지 진행되었던
강의 내용을 책으로 편찬한 것입니다.

 
강의 내용은 한국근현대사의 비극부터,
민영화 문제, 사교육 문제, 촛불집회 까지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일단 책의 문체가 모두 대화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읽기가 굉장히 편하죠.
그리고,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같은
이명박 정부 이후의 여러 사회적 쟁점들을 집어주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사회 상식이나 개념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고 싶은 이들에게는 적합한 책입니다. 


하지만 강의 형식을 풀어서 수록한 책이니만큼
[대한민국史]와는 달리 깊은 내용을 알기에는 무리가 있구요.
물론 맞는 말씀이 대부분이지만 이전 책에서도 느낀 점이긴 한데
한홍구 교수의 글은 극단적인 면이 없잖아 있어서 
어느 정도 중립성을 지키면서 봐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봐요. 
 

따라서 이 책은 저자의 '시각'보다는 '팩트' 위주로 봐야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것.

 

-그 시절 읽어는 보았지만 조금은 불편하게 여겼던 채광석 형의
<밧줄을 타며>나 이광웅 선생의 <목숨을 걸고> 같은 시가
나이 쉰이 넘은 지금 오히려 절절하게 와 닿는다.
30년 전 난쟁이가 오르던 굴뚝 대신, 30년 후
하루아침에 철거민이 된 복집 사장님이 망루에 오르는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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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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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음 면을 읽고, [차이퉁]지가 카타리나는
영리하고 이성적이라는 자신의 표현에서
"얼음처럼 차갑고 계산적이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고,
범죄성에 대한 일반적인 입장을 표명한 말에서는
그녀가 "전적으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만큼은 아니었지만)빨갱이 때려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던
1970년대의 서독에서 이같은 보수언론의 구역질나는 저널리즘을 대놓고 비판하는
책이 나왔다는게 일단 참 신기한 일이지요.


책의 내용은 카타리나 블룸이란 여주인공이 보수언론지의 기자를 살해한 뒤,
경찰서에서 자수하기까지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생겼는지를 되짚어가는 방식의 소설입니다.
결론적으로 카타리나 블룸의 살인은 황색언론의 조작에 의해 발생된 예견된 범죄였지요.

 
탈영병 및 살인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카타리나 블룸은 파티장에서 만나
같이 춤을 췄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챠이퐁]이라는 거대언론지에서 사건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카타리나 블룸의 사생활 침해 및 가십거리로 만들기 위한
인격 모독까지 자행하며, 그녀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증언까지 명백히 그녀를
'범죄자에게 협조'한 인물로 만들기 위해 조작하기에 이릅니다.
 

실제 이 소설의 배경이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1970년대, 하노버 대학의 한 교수가 (얼마전 영화로도 나왔던)독일의 급진적혁명단체인
바더마인호프 회원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다는 이유로언론에서 심한 인격모독까지 받으며
교수직이 해임되는 사태가 있었는데, 이 사건을 하인히리 뵐은
중견 교수를 20대 여성으로 설정을 바꾸어서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죠.


다만 하나의 재미있는 소설,
반공주의가 극에 달했을 때 일어났던 하나의 해프닝,
그저 재밌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끝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작가의 무기인 '펜'을 가지고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투쟁한
하인히리 뵐에게 진심을 우러러 존경을 표하고 싶어지는 작품.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일은 많다.
러나 우리는 그 배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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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시대의 논리 창비신서 4
리영희 지음 / 창비 / 199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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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시대의 암흑 속 우리나라에서 재야인사들,
대학생들 사이에서 전설이 된 책이 몇 권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책이 바로 리영희 선생의 이 책, [전환시대의 논리] 입니다.

 
조정래 [한강]의 주인공 유일표,일민 형제 간 대화에서도 
언급되는 이 책의 초판 발행년도는 1974년입니다.
1972년 유신헌법이 공포되고 1974년 긴급조치령이 내려진
그 암흑의 구렁텅이 속에서 발간된 이 책은 (당연히도!)책의 내용때문에
여러 번 판금조치를 당했었죠. 이 책의 무엇이 그토록 그을 두렵게 만들었을까요? 


책의 내용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군데군데, 부분적으로 현실의 암담함을 토로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의 주된 내용은 독재정권의 직접적인 비판이 아닌,
그들이 그토록 때려죽이고 싶어하는 빨갱이 정권과 
개처럼 졸렬하게 뒤를 핥아주던 미국에 관한 내용입니다. 

 
책이 발간되던 그 시기는 국제정세적으로도 상당히 미묘한 시기였습니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의 패전을 선언하며 뒤로 후퇴하던 때가 이 시기였으며,
중국에선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이 진행되고 있던 시기였죠.
제목 그대로 그땐 중국과 소련과 미국이 극렬하게 대립하던 '냉전시대'가 아닌,
미국이 중국에게 조심스레 손을 내밀던 '전환시대'였고
그에 따른 논리를 확립해 준 책이 이 책이었습니다.


이 책이 위대한 이유는 반공주의가 극도에 치달았던 그때 외신부 기자 시절에 겪었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에게 '진실'을 전해주었다는 데 있죠.
문화대혁명은 결과적으로 처참한 비극을 낳았던 실패한 혁명이지만
리영희는 그 시도의 의의에 주목했습니다.
또한, 우리의 영원한 우방국 미국의 '실체'를 베트남 전쟁을 통해 낱낱히 파헤치며
반공이 진리인 줄만 알았던 수많은 이들에게 사상적 혁명의 각성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참으로 서글픈 일인 것 같아요.
이 책이 여전히 우리에게 '새로운 진실'로 다가온다는 게 말이죠.
출간된지 35년이 된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는 게 말이죠.
그리고.. 2009년 대한민국에서 오히려 더더욱
이 책의 생명력이 불타 오르고 있다는게 말이죠.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회체제나 정부는 반드시
비판에 견딜 수 없는 체제와 정부이다. 그러기에 비판을 봉쇄한다.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는 개선과 향상이 없고 그 결과는 더한층의 타락이며,
타락한 제도를 유지하려는 지배세력은 탄압에 호소하는 악순환 속에  침체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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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 당신들의 대한민국 세 번째 이야기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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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 우리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과
'왼쪽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크게 봐서 동의어다-
 

이 책은 상당히 도발적입니다.
좌빨 색출에 혈안이 되어 있는 MB공안정국에서 이 책은
쥐새끼와 그의 졸개들이 가장 두려워할 내용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요는, 일제 시대를 거쳐 광복이 된 후부터, 줄곧 극히 우편향적이던
우리나라의 균형을 잡기 위해선 왼쪽으로 가야한다는 말이지요.


박노자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상당히 독특한 위치에 놓여져 있는 학자이죠.
냉전시대의 거대한 축이었던 소련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그는
91년 고려대 교환학생으로 처음 한국을 밟고,
운동권 학생들과 6개월 간 같이 지내며 한국에 크게 감화됩니다.
2001년 한국인으로 귀화하고, 현재는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죠.
 

사회과학 책으로는 드물게 스테디 셀러인 [당신들의 대한민국]
이 한 권이 국내 지식인들에게 끼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의 한 설문조사에서 지식인들에게 가장 영향을 주었던 책을 꼽았을 때,
2000년대 이후 발간된 책 중에서는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와 이 책이 유일했죠.


대표 저서인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봤을 때,
개인적으로 참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사회진보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한국 동지들에게
이정도밖에 도와주지 못한 것을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라는
머릿말의 글귀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국을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 뒤에 있는
따뜻한 인간미는 (포괄적 일반화의 오류이겠지만)대다수 한국의 지식인들에게는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그 무엇이었어요. 
  


허나 이 책에서 박노자는 상당히 화가 나있고,
격양된 어조로 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같은 변화는 2009년 MB정국과 결코 무관하지 않지요.


이 책을 통해 그는 우리를 명백히 선동하고 있습니다.
'혁명'이 아닌, '급진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방법으로는 '의식의 각성'입니다.
소련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작가가 말하는 '혁명'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낭만, 그 이상의 참혹한 현실을 전제로 하며,
그마저도 신자유주의 국가로 완전히 예편된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지요.


음.. 개인적으로 [당신들의 대한민국] 이후의 박노자의 저서는 
솔직히 기대에 좀 못 미쳤던게 사실이예요.
워낙에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충격적이고 재미있게 봐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들었던 이 책은
제가 본 박노자의 책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책이었어요.
파시즘에 다가가는 경멸어린 정국이 탄생시킨 박노자 최고의 명작이라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슬픈 현실...


이제 그는 자신의 책을 '사회 진보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한국 동지들'이라는
추상적인 대상에게 바치는 것이 아닌, '과중한 시험과 학습부담, 학교와 부대안에서의 폭력,
과로와 생계곤란, 경찰의 과잉단속진압으로  목숨을 빼앗기거나 어쩔수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내외 모든 이들에게'
바치고 있습니다.
추상적인 대상이 실체적 인물들로 바뀔수 밖에 없는 눈물나도록 절망스러운 2009년의 한국에게...

 
모든 이들이 꼭 한번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MB정국에서 울부짖는 처절한 절규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진짜 민주주의도 복지국가도
그 구태의연한 '밑'의 투쟁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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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폴리테이아 총서 1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의 한국 현실만큼 민주주의를 만드는 것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서로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실감나게 하는 것도 없다-

 

이 책은 가히 2000년대 한국 사회과학 분야의 바이블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책입니다.
실제로 여러 대학에서 교재로도 쓰이고 있구요.
책이 쓰여진 년도는 2002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 쓰여졌고,
필자가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도 그 시기에 맞추어져 있지만 이 책에서 살아 숨쉬는
날카롭고 통찰력있는 식견들은 2009년 현재에도 여전히 뾰족하게 날이 서 있습니다.

 

이 책은 서두부터 87년 민주화 이후 작금의 민주주의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도발적인 첫 문장부터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지은이가 바라보는 한국 사회에 관한 비판은 허를 찌릅니다.
박정희의 권위주의 정부 아래 찬란히 발전한 경제에 관한 통찰력있는 분석에서부터
지역주의와 권력집중에 관한 '비난'이 아닌 냉정한 분석과 비판은
지금껏 사회과학 분야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정도로 날카롭고 논리적이죠.
 

냉전반공주의라는 헤게모니가 어떻게 해서 우리 사회에 정착되었고,
수많은 지배계층이 이를 이용해 어떻게 민중을 조종했으며,
일제시대 때부터 유래한 한국의 노동운동이 왜 지금과 같은
'귀족노조'의 이미지가 형성되었는지 너무도 익숙하고 너무도 흔한
한국사회의 맹점을 차근차근 분석하고 있습니다. 
 

생소한 정치학 용어가 많이 나오지만 각주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고
전반적으로 글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짜임새 있어서 아직까지 읽지 않으신 분들이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예요.

 

비록 얼마전 MB정부에 관련된 발언으로 인해 최장집 교수의 글을 읽고
감동을 받은 수많은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배신감을 주기도 했지만
이 책의 가치는 아직까지 진위를 알 수 없는 그 모호한 발언으로 인해
부정될 만큼 가벼운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추천합니다.

 

-민주화가 정치화된 군부의 퇴진 및 경제적 시장 자유화와 동일시 될 때,
한국사회에서 재벌에 대응할만한 힘은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민주주의가 권위주의 국가가 독점한 권력의 많은 부분을
시민사회와 국민에게 이양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을 때,
실제로 그 권력은 국민이 아닌 재벌에게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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