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폴리테이아 총서 1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의 한국 현실만큼 민주주의를 만드는 것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서로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실감나게 하는 것도 없다-

 

이 책은 가히 2000년대 한국 사회과학 분야의 바이블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책입니다.
실제로 여러 대학에서 교재로도 쓰이고 있구요.
책이 쓰여진 년도는 2002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 쓰여졌고,
필자가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도 그 시기에 맞추어져 있지만 이 책에서 살아 숨쉬는
날카롭고 통찰력있는 식견들은 2009년 현재에도 여전히 뾰족하게 날이 서 있습니다.

 

이 책은 서두부터 87년 민주화 이후 작금의 민주주의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도발적인 첫 문장부터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지은이가 바라보는 한국 사회에 관한 비판은 허를 찌릅니다.
박정희의 권위주의 정부 아래 찬란히 발전한 경제에 관한 통찰력있는 분석에서부터
지역주의와 권력집중에 관한 '비난'이 아닌 냉정한 분석과 비판은
지금껏 사회과학 분야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정도로 날카롭고 논리적이죠.
 

냉전반공주의라는 헤게모니가 어떻게 해서 우리 사회에 정착되었고,
수많은 지배계층이 이를 이용해 어떻게 민중을 조종했으며,
일제시대 때부터 유래한 한국의 노동운동이 왜 지금과 같은
'귀족노조'의 이미지가 형성되었는지 너무도 익숙하고 너무도 흔한
한국사회의 맹점을 차근차근 분석하고 있습니다. 
 

생소한 정치학 용어가 많이 나오지만 각주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고
전반적으로 글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짜임새 있어서 아직까지 읽지 않으신 분들이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예요.

 

비록 얼마전 MB정부에 관련된 발언으로 인해 최장집 교수의 글을 읽고
감동을 받은 수많은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배신감을 주기도 했지만
이 책의 가치는 아직까지 진위를 알 수 없는 그 모호한 발언으로 인해
부정될 만큼 가벼운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추천합니다.

 

-민주화가 정치화된 군부의 퇴진 및 경제적 시장 자유화와 동일시 될 때,
한국사회에서 재벌에 대응할만한 힘은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민주주의가 권위주의 국가가 독점한 권력의 많은 부분을
시민사회와 국민에게 이양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을 때,
실제로 그 권력은 국민이 아닌 재벌에게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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