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시대의 논리 창비신서 4
리영희 지음 / 창비 / 199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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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시대의 암흑 속 우리나라에서 재야인사들,
대학생들 사이에서 전설이 된 책이 몇 권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책이 바로 리영희 선생의 이 책, [전환시대의 논리] 입니다.

 
조정래 [한강]의 주인공 유일표,일민 형제 간 대화에서도 
언급되는 이 책의 초판 발행년도는 1974년입니다.
1972년 유신헌법이 공포되고 1974년 긴급조치령이 내려진
그 암흑의 구렁텅이 속에서 발간된 이 책은 (당연히도!)책의 내용때문에
여러 번 판금조치를 당했었죠. 이 책의 무엇이 그토록 그을 두렵게 만들었을까요? 


책의 내용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박정희의 개발독재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군데군데, 부분적으로 현실의 암담함을 토로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의 주된 내용은 독재정권의 직접적인 비판이 아닌,
그들이 그토록 때려죽이고 싶어하는 빨갱이 정권과 
개처럼 졸렬하게 뒤를 핥아주던 미국에 관한 내용입니다. 

 
책이 발간되던 그 시기는 국제정세적으로도 상당히 미묘한 시기였습니다.
미국이 베트남 전쟁의 패전을 선언하며 뒤로 후퇴하던 때가 이 시기였으며,
중국에선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이 진행되고 있던 시기였죠.
제목 그대로 그땐 중국과 소련과 미국이 극렬하게 대립하던 '냉전시대'가 아닌,
미국이 중국에게 조심스레 손을 내밀던 '전환시대'였고
그에 따른 논리를 확립해 준 책이 이 책이었습니다.


이 책이 위대한 이유는 반공주의가 극도에 치달았던 그때 외신부 기자 시절에 겪었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에게 '진실'을 전해주었다는 데 있죠.
문화대혁명은 결과적으로 처참한 비극을 낳았던 실패한 혁명이지만
리영희는 그 시도의 의의에 주목했습니다.
또한, 우리의 영원한 우방국 미국의 '실체'를 베트남 전쟁을 통해 낱낱히 파헤치며
반공이 진리인 줄만 알았던 수많은 이들에게 사상적 혁명의 각성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참으로 서글픈 일인 것 같아요.
이 책이 여전히 우리에게 '새로운 진실'로 다가온다는 게 말이죠.
출간된지 35년이 된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는 게 말이죠.
그리고.. 2009년 대한민국에서 오히려 더더욱
이 책의 생명력이 불타 오르고 있다는게 말이죠.

 
-진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회체제나 정부는 반드시
비판에 견딜 수 없는 체제와 정부이다. 그러기에 비판을 봉쇄한다.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는 개선과 향상이 없고 그 결과는 더한층의 타락이며,
타락한 제도를 유지하려는 지배세력은 탄압에 호소하는 악순환 속에  침체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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