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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 당신들의 대한민국 세 번째 이야기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지금 우리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과
'왼쪽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크게 봐서 동의어다-
이 책은 상당히 도발적입니다.
좌빨 색출에 혈안이 되어 있는 MB공안정국에서 이 책은
쥐새끼와 그의 졸개들이 가장 두려워할 내용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요는, 일제 시대를 거쳐 광복이 된 후부터, 줄곧 극히 우편향적이던
우리나라의 균형을 잡기 위해선 왼쪽으로 가야한다는 말이지요.
박노자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상당히 독특한 위치에 놓여져 있는 학자이죠.
냉전시대의 거대한 축이었던 소련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그는
91년 고려대 교환학생으로 처음 한국을 밟고,
운동권 학생들과 6개월 간 같이 지내며 한국에 크게 감화됩니다.
2001년 한국인으로 귀화하고, 현재는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죠.
사회과학 책으로는 드물게 스테디 셀러인 [당신들의 대한민국]
이 한 권이 국내 지식인들에게 끼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의 한 설문조사에서 지식인들에게 가장 영향을 주었던 책을 꼽았을 때,
2000년대 이후 발간된 책 중에서는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와 이 책이 유일했죠.
대표 저서인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봤을 때,
개인적으로 참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사회진보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한국 동지들에게
이정도밖에 도와주지 못한 것을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는
머릿말의 글귀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국을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 뒤에 있는
따뜻한 인간미는 (포괄적 일반화의 오류이겠지만)대다수 한국의 지식인들에게는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그 무엇이었어요.
허나 이 책에서 박노자는 상당히 화가 나있고,
격양된 어조로 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같은 변화는 2009년 MB정국과 결코 무관하지 않지요.
이 책을 통해 그는 우리를 명백히 선동하고 있습니다.
'혁명'이 아닌, '급진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방법으로는 '의식의 각성'입니다.
소련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작가가 말하는 '혁명'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낭만, 그 이상의 참혹한 현실을 전제로 하며,
그마저도 신자유주의 국가로 완전히 예편된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지요.
음.. 개인적으로 [당신들의 대한민국] 이후의 박노자의 저서는
솔직히 기대에 좀 못 미쳤던게 사실이예요.
워낙에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충격적이고 재미있게 봐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뭔가 좀 부족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들었던 이 책은
제가 본 박노자의 책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책이었어요.
파시즘에 다가가는 경멸어린 정국이 탄생시킨 박노자 최고의 명작이라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슬픈 현실...
이제 그는 자신의 책을 '사회 진보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한국 동지들'이라는
추상적인 대상에게 바치는 것이 아닌, '과중한 시험과 학습부담, 학교와 부대안에서의 폭력,
과로와 생계곤란, 경찰의 과잉단속진압으로 목숨을 빼앗기거나 어쩔수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내외 모든 이들에게' 바치고 있습니다.
추상적인 대상이 실체적 인물들로 바뀔수 밖에 없는 눈물나도록 절망스러운 2009년의 한국에게...
모든 이들이 꼭 한번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MB정국에서 울부짖는 처절한 절규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진짜 민주주의도 복지국가도
그 구태의연한 '밑'의 투쟁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