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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그는 다음 면을 읽고, [차이퉁]지가 카타리나는
영리하고 이성적이라는 자신의 표현에서
"얼음처럼 차갑고 계산적이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고,
범죄성에 대한 일반적인 입장을 표명한 말에서는
그녀가 "전적으로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라는 말을 만들어 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만큼은 아니었지만)빨갱이 때려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던
1970년대의 서독에서 이같은 보수언론의 구역질나는 저널리즘을 대놓고 비판하는
책이 나왔다는게 일단 참 신기한 일이지요.
책의 내용은 카타리나 블룸이란 여주인공이 보수언론지의 기자를 살해한 뒤,
경찰서에서 자수하기까지 주인공에게 어떤 일이 생겼는지를 되짚어가는 방식의 소설입니다.
결론적으로 카타리나 블룸의 살인은 황색언론의 조작에 의해 발생된 예견된 범죄였지요.
탈영병 및 살인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카타리나 블룸은 파티장에서 만나
같이 춤을 췄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챠이퐁]이라는 거대언론지에서 사건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카타리나 블룸의 사생활 침해 및 가십거리로 만들기 위한
인격 모독까지 자행하며, 그녀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증언까지 명백히 그녀를
'범죄자에게 협조'한 인물로 만들기 위해 조작하기에 이릅니다.
실제 이 소설의 배경이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1970년대, 하노버 대학의 한 교수가 (얼마전 영화로도 나왔던)독일의 급진적혁명단체인
바더마인호프 회원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다는 이유로언론에서 심한 인격모독까지 받으며
교수직이 해임되는 사태가 있었는데, 이 사건을 하인히리 뵐은
중견 교수를 20대 여성으로 설정을 바꾸어서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죠.
다만 하나의 재미있는 소설,
반공주의가 극에 달했을 때 일어났던 하나의 해프닝,
그저 재밌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끝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작가의 무기인 '펜'을 가지고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투쟁한
하인히리 뵐에게 진심을 우러러 존경을 표하고 싶어지는 작품.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일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 배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