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초대권(도서)을 제공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온갖 종류의 펜이 빽빽이 꽂힌 커다란 머그잔에서 검정 매직펜을 꺼냈다. 그 바람에 형광펜과 볼펜 서너 개가 딸려 나와 후두둑 떨어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미 책상 위는 각종 프린트물과 책 그리고 노트 등으로 뒤죽박죽이라 티도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책 한 권 꽂을 틈 없는 5단 책장과 덩치만 큰 구닥다치 자개장 사이에 낀 전신거울 앞으로 갔다. 그리고 정수리 부근에 삐죽 솟은 두 가닥의 새치에 검정 매직펜을 칠하기 시작했다. 처음 흰머리를 발견했을 때 몹시도 가슴이 아팠다. 내게도 이런 일이 생기리라곤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왜인지는 몰라도 '늙음'이나 '죽음' 같은 건 나와는 하등 무관한 일로 여겼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 미운 것을 그냥 확 뽑아버리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자꾸 주변의 검은 머리까지 손에 잡히는 바람에 성질이 뻗쳤다. 8년이 넘었지만, 흠집 하나 없는 외관을 자랑하는 아이폰을 켜자 곧바로 홈 화면이 떴다. 2023년 3월 31일 금요일 오전 9시 20분. 날짜 아래엔 아침마다 지겹게 오는 스팸 광고와 스미싱 문자들 몇 개가 떠 있었다. 판타스틱 자개장을 읽으면서 아버지를 살릴려고 노력하는 딸을 보며 나도 살아계셨을 때 잘할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소설을 읽으며 슬프기도 했고 표지를 보며 자개장이라는 게 있어서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판타스틱자개장, #그롱시, #박주원,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컬처블룸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