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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인사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5년 2월
평점 :
포르부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간절곶으로 달려가던 새벽, 윤중의 차 안에서였다. 등대를 보러 가던 길이었다. 그를 안 지 2년만에 처음 단둘이 어딘가로 떠났고, 그곳이 간절곶이었고, 등대였다. 간절곶은 울주에 있었다. 밤 9시부터 이어진 목독 모임 '파라-n'을 마무리하면서 내가, "이대로, 어디든!", 작게 중얼거렸고, 옆에 앉아 있던 그가, 3초 정도 생각하더니, "그럼 갑시다.", 하고는 내 손목을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를 데리고 나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의 손힘이 뼈가 박힌 듯 옹골졌다. 연남동 카페 라뉘에서 열두 명이 모여 밤 9시부터 다섯시간 동안 보를레르의 [파리의 우울]을 묵독한 뒤였다. 왜 갖절곶인지, 보를레르와 간절곶, 둘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따위를 그에게 되묻는 것은 부질없게 되어 버렸다. 새벽 2시였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차단한 채 간절곶으로 향했다. 누구도 한동안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음악을 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시간은 어둠과 동일해졌고, 숨소리, 엔진 소리, 바퀴 소리와도 하나가 되었다. 새벽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쏟아 내는 불빛이 은하수의 행렬 같았다. 윤중이 뜬금없이 등대 이야기를 꺼냈다. 밤 인사를 읽으면서 여행하는 곳을 들을 수 있어 좋았던것 같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가지 나라에 가지만 신기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막상 죽은사람이 있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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