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엄마를 찾았다. 엄마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엄마는 나를 잠깐 보고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엄마는 '아니'라는 내 말은 못 들은 것 같았다. 나는 슬그머니 엄마 옆으로 갔다. 엄마는 스펀지처럼 폭신해 보이는 네모난 은색 수세미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엄마는 설거지하느라 바빠서 내 질문을 잘 듣지도 않았나 보다. 이번에도 엄마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게 질문을 했다. 설거지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내게 말이다. 나는 설거지할 때 수세미를 바꿔 가면서 한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수세미가 낡아서 새 걸로 바꾸나 보다 했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엄마는 아까 쓰던 수세미 대신 세제 통 옆에 있는 다른 수세미로 설거지를 이어 갔다. 내가 '그러는 게 좋겠다'라고 대답도 안 했는데 말이다. 엄마가 집어 든 수세미는 엉킬 대로 엉켜 버린 데다가 사이사이에 초록색 채소와 빨간 고춧가루까지 끼어 있어 아주 지저분했다. 이제는 진짜 대답을 듣고 싶은데, 엄마는 또 내게 질문을 했다. 나도 은색이랑 철색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은 했다. 그래도 엄마한테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듯했다. 이번에도 엄마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밥솥만 힘주어 닦았다. 수세미는 아까보다 더 지저분해졌다. 철 수세미와 안수타이를 읽으면서 엉킴털증후군이라는게 있다는걸 처음 알게되었고, 동화속에서 놀림을 받지만 마지막은 해피엔딩으로 끝나게되서 다행이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북유럽, #철수세미와안수타이, #강난희, #최정인, #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