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인 야마자키 미카 팀장이 기획서를 책상 위로 거칠게 내던졌다. 퇴고를 거듭하여 완성한 내 노력의 결정은 오늘도 마지막까지 읽히지도 못한 채 가치가 없다는 판정을 받고 말았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밖에 내지 못하는 내가 한심했다. 아까보다 목소리를 높인 미카 팀장이 나를 쏘아보았다. 그녀만 정답을 아는 퀴즈다. 대답을 하든 못 하든 똑같은 전개가 펼쳐질 게 뻔했다. 그러기에 결국 자기 자신의 분노만 더 증폭시키는 질문일 뿐 그 효과가 내게서 드러날 일은 없다. 미카 팀장은 짧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내게 보여주듯 한숨을 쉬었다. 30대 중반의 미카 팀장은 오늘도 검은색 정장을 걸친 채 나를 비난하고 있다. 내가 이런식으로 데스크에 불려오는 건 일상다반사였다. 다들 이쪽으로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있을 테지만 차마 시선까진 돌리진 못하고 있는 것도 안다. 오래된 건물에 자리 잡은 천장이 낮은 사무실에는 무거운 공기 속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무기질적으로 울려 퍼졌다. 미카 팀장은 내가 아닌 다른 직원들 들으라고 떠드는 것처럼 목소리를 더욱 키웠다.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정작 기획서 초안을 보여줬을 때 '오, 괜찮네.'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변명할 여유 따윈 주지 않았다. 이 겨울 사라질 너에게를 읽으면서 죽음이 6번이나 있었는데 살아가지만 생명은 소중하다는 걸 느꼈다. 남자주인공 때문에 살아서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고 남자주인공은 사라져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북유럽, #이겨울사라질너에게, #이누준, #알토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