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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아가씨
허태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8월
평점 :
나의 경우, 무병을 앓지는 않았다. 머리가 아프다든가 환청이 들린다든가 하는 일은 없고, 그냥 좀 고기가 입에 당겼다. 그것도 아주 신선하여 쫄깃쫄깃하고 핏물이 흥건한 고기. 처음 그 충동이 일었을 때, 나는 동네 마트의 정육코너 냉장고에 얼굴을 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혓바닥으로 냉장고 유리를 핥고 있었다. 내 침이 유리를 타고 죽 흘러서 마트 직원이 화를 냈다. 통장의 잔액을 떠올리고, 나는 300g짜리 한우 안심 대신 미국산 토마호크를 한 팩 샀다. 500g이 넘는 살덩어리에 근막과 긴 뼈가 붙어 꽤나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아이스크림 막대를 쥐듯 암소의 뼈를 움켜쥐고, 나는 살점을 뜯어 먹었다. 고기는 달콤하고 고소했으며 어금니 사이로 아삭거렸다. 행복이란 이런 거구나 즐거워 키들거렸다. 비탈진 골목 끝 허름한 단독주택에 들어선 순간 엄마가 날 보고 면박을 줬다. 되받아치며 스니커즈를 벗었다. 허리춤에다 손을 얹고 엄마가 씩씩댔다. 덤덤히 거실을 가로질렀다. 정적이, 아주 갑작스럽고 소스라치는 침묵이 내 등을 후려쳤다. 호랑이 아가씨를 읽으면서 호랑이로 변하는 아가씨의 모습이 참 재미있으면서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는 호랑이 발톱이 나와있으며 호랑이티셔츠를 입고있는 아가씨가 그려져있는데 무섭기도하고 귀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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