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
이천우 지음 / 북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월 19일 아침, 진태는 옷방에서 와이셔츠를 꺼내 입다가 "악!" 소리를 내며 주저앉고 말았다. 수술하고 이틀이 지났는데 아직 부기도 여전했고, 조금만 잘못 건드리면 손이 잘려나갈 것처럼 통증이 몰려왔다. 진태는 퍼뜩 그 의사 놈을 떠올렸다. 미세수술이 전문이라던 그놈의 태도엔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광복절 오후에 그는 아내와 언쟁을 벌였고, 아내의 조리 있는 대꾸에 한순간 말문이 막히자 홧김에 벽을 쳤던 것이다. 진태는 의사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부부 싸움보다는 차라리 싸움질이 남자다운 것 같아서 그냥 꾹 참았다. 그날 진태는 기꺼이 권위에 복종했다. 진태가 출근 준비를 마치고 거실로 나왔다. 아내는 텔레비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진태는 아내를 외면하며 부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태는 아내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태가 이혼을 결심한 것은 지난봄이었다. 매사 올곧기만 한 아내에게 진저리가 난 것이었다. 아내는 차분하고 단단한 논리 전개로, 진태는 격양되고 새된 항변으로, 그렇게 치열하게 이어진 2주간의 대화 끝에 마침내 오늘, 아내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는 피난처에 잘 있습니다를 읽으면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며 불쌍하고 장례식이 반복되고 타임머신을 타듯 시간과 공간이 예전으로 돌아가고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북유럽, #우리는피난처에잘있습니다, #이천우, #북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