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또 리셋되었다. 증상은 늘 비슷했다. 잠깐 멍해졌다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며 근래의 모든 기억이 싹 사라졌다. 하정은 심한 현기증에 눈을 감았다가 떴다. 침대 위에 남자가 엎드려 있었는데 머리가 온통 피투성이였다. 광경이 낯설다 보니 죽은 사람도 낯설었다. 하정은 피투성이 남편에게 달려들어 붉은색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몸을 흔들었다. 어떤 반응도 없었다. 남편의 지문으로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급히 뒤돌아섰다. 하정은 급히 몸을 더듬었다. 앞치마 앞주머니에서 뭔가가 만져졌다. A4용지는 두 장이었다. 손이 덜덜 떨리는 내용이었다. 메모 내용대로라면 눈앞 피투성이 남편을 살해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 이런 은밀하고 중요한 계획은 손으로 써서 작성했어야 할 것 같은데 컴퓨터로 써서 프린트한 게 이상했다. 뒷장의 그림을 살펴봤다. 볼펜 그림을 들여다보던 하정은 허리를 숙여 침대 밑 발화 장치를 살폈다. 완전 부부 범죄를 보면서 부부란건 사랑앞에서도 욕심을 부리지 말고 서로 사랑하고 살인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북유럽, #완전부부범죄, #황세연, #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