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빈 단편집 - 지만지 고전선집 413
유리 나기빈 지음, 김은희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7월
절판


 골목에서 그는 그의 수많은 낮과 밤들이 묻혀 있는 집을 돌아보았다. 멀리 창문에서 몸을 내민 아내가 그의 뒤를 보고 있었다. 이상하고도 부자연스럽게도 가깝게 그는 그녀의 확장된 모공이 있는 부은 얼굴과 주름진 눈꺼풀에 병 색깔의 흐린 눈을, 일찍 나이 들어버린 여자의, 어느 누구에게도 필요치 않고 보호받지 못하는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강렬하고도 당황스러운 호기심으로, 악의 없이, 질투도 없이, 마치 도달하기 힘든 어떤 것을 보듯이, 위를 향했지만, 아래를 보는 듯이, 쓰러진 기마병의 시선으로, 총에 맞아 떨어진 새의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작별로 손을 흔들려고 했었지만, 갑자기 목으로 어떤 이상한 것을 삼키는 듯한 소리를 내고는 뒤돌아섰다.-108~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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