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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까치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강아지는 어째서 강아지는 어째서 부드럽지?
강아지를 코트 속에 넣고 걸을까.
강아지 꼬마 강아지 어째서 강아지는 부드럽지?
난데없이 웬 강아지 타령이람…
빠알간 머플러를 눈사람 마냥 치근치근 휘감고서 시간에 맞춰 주파수를 맞추었다. 찌릉찌릉 귀뚤이 조차 잠들어버린 밤, 독서실을 나서던 나는 발길에 채이는 흙이 굴러가듯 여느때처럼 알 수 없는 선곡에 그저 웃어버리는 수밖에. 구릿빛 만월이 비춰주는 길을 따라 하얀 입김이 결정이 되어 총총 빌로드 같은 까만 하늘에 밖히는 것을 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 정말. 코트 속에 강아지라도 넣으면 따뜻해 지겠는걸…
습관적으로 집에 있는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켜고선 사과를 한입 베어 물었다. 시큼한 향이 코끝에 번졌다. 오우, 이거야.
마침 에릭 버든과 애니멀즈의 스카이 파일럿이 나왔다.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성급한 모양새로. 선곡표를 무시하고서 세치기라도 한 듯. 당황한 아저씨의 뒷수습.
'이런이런. 에릭 버든과 애니멀즈가 방송 사고를 내버렸군요!'
아,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고뿔의 습격이라도 받았는지 한꺼풀은 목이 잠겨버린 아저씨의 외로운 투쟁. 오오오, 박수. 그래도 새빨간 거짓말은 계속됩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어쩐지 고파진 배를 슬슬 만지며 입맛을 다셨다. 두리번두리번 먹잇감을 노리는 야수의 레이다망에, 이럴수가! 라면이다. 어째서 저렇게 독립적으로 당당히 자기 존재를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내 나이 스물셋. <아저씨 통신>을 들으면서 밤(夜)이 노릇노릇 익어간다. 후루룩, 쩝쩝. 역시 라면이 제격이란 말이지. 다이어트? 그런 건 내일부터.
자, 나도 한번 사연이나 보내봐야지. 뭐라고 시작할까… 그래!
'안녕하세요, 무라카미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