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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쓴 편지 - 붓다처럼 걸어간 1600리 길, 그 위에서 나눈 묵상
호진.지안 지음 / 불광출판사 / 2015년 2월
평점 :
[성지에서 쓴 편지] 이 책은 인도로 간 호진 스님이 1600리 길을 1년 동안 순례하며 지안 스님과 주고받은 편지글을 정리한 것이다. 책이 나온 지 4년이 다 되고 이미 절판된 책이지만 때때로 책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고, 다시 출판하자는 제의를 받고 재출간된 것이다. 이 책이 재출간되어 내가 볼 수 있었다는 게 너무 다행스러울 정도다. 요즘 법륜 스님의 강의를 들으며 불교사상을 공부 있는데 그 강의에서 들었던 내용이 호진 스님이 인도 순례길에서 보내온 편지글과 일맥상통 한다. 잘은 모르지만 방향성이 같으신 것 같다.
법륜 스님의 강의 내용과 이 책으로 인해 불교에 대해서 잘못 알았던 것들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정말 좋았다. 불교나 기독교나 모든 종교가 역사 속에서 전통으로 내려와 여러 파로 나뉘어 서로 싸우다 보니 본래의 종교적 취지가 퇴색되고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그래서 갈수록 종교가 외면 받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호진 스님과 지안 스님은 교리에 대한 관점은 다르지만 그분들의 화두는 같다.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좋은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지, 새 시대에 맞는 불교는 어떤 모습으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초기불교의 대가이신 호진 스님은 2.500여 년 전 붓다의 모습을 찾아 초기 불교를 연구하며 인간이었던 부처님의 실제 모습과 근본적인 가르침을 밝히는 데서 시작하여 현재 불교의 신화와 전설을 제거하고 싯다르타의 참모습을 보기 위함이다. 싯다르타가 걸어간 길을 호진 스님도 따라가며, 과장됨이 없는 인간 그대로의 부처님을 찾아 떠난 여정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순례길이었다. 발톱 7개가 탈이 나고, 피가 맺히고, 순례길에 고단한 몸을 뉘일 곳도 제대로 없었으며, 50도에 육박하는 한 낮의 열기도 온몸이 부서질 듯한 통증도 스님의 길을 막진 못하였으며, 신발이 다 닳도록 걸어간 1,600리 길, 오직 인간 붓다를 향한 열망으로 모든 고행을 이겨내신 것이었다.
“모든 것은 인연을 따라 생기고 인연을 따라 소멸한다.”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기 때문에 저것이 생긴다.” 싯다르타는 자신이 깨달은 진리를 ‘연기법’이라고 불렀다.
불교의 궁극 목적은 ‘깨달음’이 아니라 ‘열반’이라고 하신다. 깨달음은 ‘수단’이고 열반이 ‘목적’이다. 연기법은 싯다르타가 성취한 깨달음의 내용이고 열반은 연기법을 응용해서 고(苦)의 문제를 해결한 결과라고, 깨달음은 이해의 영역이고 열반은 체험의 영역임을 시원하고 정확하게 결론지어 주신다.
대승불교의 대가이신 지안 스님의 답문 또한 진리로 가는 많은 것을 알려주신다. 학자로서의 열정으로 화답하시고 서로 안부를 걱정하며 우정을 나누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이 책을 통하여 불교에 대한 궁금한 점들이 해소되었고 종교에 대한 정리가 되었으며 불교에 대한 지식과 진리를 구하는 방법을 배웠다. 산에 가면 절에 한 번씩 들러나 보고, 불교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나에게 불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진리를 바르게 깨쳐준 책이다. 유일신만 믿는 기독교인들도 우상을 숭배한다는 불교에 대해 편견만 가질 것이 아니라 종교를 떠나 진리가 무엇인지 추구하고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