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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산행 꽃詩
이굴기 글.사진 / 궁리 / 2014년 11월
평점 :
내게도 산행을 많이 했었던 시절이 있었다. 예전에 산행을 하다보면 예쁘게 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들꽃들을 많이 만나게 되곤 했다.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 있을 때의 소중한 무언가를 얻은 듯 반가움이 있었다. 이름을 알고 싶었지만 알 수 도 없었던 시절, 지금이야 스마트폰이 발달되어 사진이라도 찍어 알아볼 수 있지만 그때 보았던 들꽃, 들풀은 먼 기억 속에 사라진 꽃들이 되어 버렸다. 산행을 하다 아는 나무가 있으면 반가움에 머물다 가곤 했었다. 정말 식물과 나무 이름을 외우기가 싶지 않다. 아는 꽃이랑 나무가 별로 없어 산에 갈 때마다 꽃과 나무들의 이름을 알아야겠다는 마음을 굳히지만 또 까마득히 잊고 산에 오르기 일쑤였다. 기껏 알아야 진달래꽃, 철쭉, 들국화, 무덤가에 자주 핀 할미꽃이다. 지금은 할미꽃도 볼 수가 없다. 산에 핀 진달래만 보아도 마음이 풍요롭고 행복함을 느끼는데 아는 꽃이 많다면 기쁨 또한 더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사진작가들이 야생화를 찾아다니며 촬영한 사람이 많아 대중들에게도 알려져 있다.
저자 이굴기는 식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3년간 봄, 여름, 가을, 겨울 꽃 산행을 하면서 자연에서 처한 자리에서 엮어내는 풍경과 곤충, 지형과 바위 등 무정물에서도 특별한 감흥을 느끼며 꽃과 들풀을 만나며 ‘시’를 떠올리며 우리의 산자락을 행보하게 된다. 진도 어느 나지막한 산의 조붓한 길모퉁이에서 길마가지나무의 꽃을 만났을 때 떠오른 미당 서정주 시인의 시<동천>을 떠올렸고, 완도에 가서는 시궁창 옆 타이탄 트럭을 개조한 커피가게에서 새댁이 타준 커피를 마신 후에는 백석의 시<여승>을 떠올렸다. 진주에서 완도로 시집간 새댁의 말 “살기는 퍽 좋지만 있어야 할 게 없다”는 궁핍한 살림을 하는 새댁의 얼굴과 백석 시에 등장하는 어느‘파리한 여인’과 겹쳐지는 것이다.
지금도 선명한 영화, 마음 깊이 감동 받았던 영화였던 황순원의 소나기, 중학교 1학년 때 보았던 영화여서 더 큰 감동으로 인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다. 서울에서 전학 온 소녀에게 시골 소년은 꽃을 꺾어준다. 그 꽃이 ‘마타리’였구나! 소설 속에서 나오는 야생화 들국화, 싸리꽃, 도라지꽃도 나온다. 그 때부터 내가 들국화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이름을 안다고 그 사람을 다 알 수 없듯이 식물의 이름을 안다고 그 식물을 모두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저자는 꽃을 보겠다고 산으로 들었지만 산에는 식물들만 있는 게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포기마다 사연이 있고 이야기가 있음을 알고, 그 곳의 사연들을 우리 땅의 소중한 자락들을 직접 느끼는 그의 행보가 그대로 전해지는 <꽃 산행 꽃 시> 산문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