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THE COCKROACH

대부분의 인간들이 혐오하는 해충, 타이틀이 #바퀴벌레 라니...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만이 할 수 대범한 전략일까? 스릴러에 호기심이 발동하듯 타이틀이 궁금증을 야기시킨다.

책표지의 #웨스트민스터궁전 은 안개에 휩싸인듯 비밀을 안고 있다. 덧표지에서는 타이틀과 정갈한 궁전 탑의 바퀴벌레 홀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책장을 덮고 다시 보는 두 이미지는 상당히 똑똑한 힌트를 제시한다.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저자 #이언매큐언 이 2019년 브렉시트 시대의 영국사회를 꼬집어 통쾌하게 정치풍자소설을 완성했다. 그는 1948년 영국 태생으로 1975년 서머싯 몸 상 수상, 1992년 부커상 후보, 1998년 부커상을 수상했다. 2000년 영국 왕실로부터 커맨더 작위를, 2020년 괴테문화원이 수여하는 괴테메달을 받았다. 👍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철갑처럼 단단한 등껍질을 대고 누워 있었다...."
P.7 ,[변신], 프란츠 카프카, 이재황 옮김, 문학동네

"그날 아침 영리하지만 전혀 심오하지 않은 짐 샘스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거대 생물체로 변신해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바닥에 등을 댄 자세를 유지하며 아연실색하여 멀리 있는 발들과 부족한 다리들을 바라 보았다..."
P.13 ,[바퀴벌레], 이언맥큐언, 민승남 옮김, 문학동네

개인문제에서 사회로 확대되는 두 작품의 서사는 얇은 책두께와 대비하여 매우 묵직하다. 인간이 벌레가 되어 살아가는 것, 벌레가 인간이 되어 사회를 전복시키는 것, 어떤 것이 더욱 무섭고 두려운가?

욕망과 지성이 일치하는 완전체인 바퀴벌레가 불완전체 인간 영국의 총리가 되어 #역방향주의 를 추진한다. 그들 내부의 공모를 추진하기 위해 프랑스가 위시하는 유럽전체와 등을 돌리고, 또 다른 세계경제의 축인 미국과 손을 잡는다. 자신들의 확고한 입지와 여론몰이를 위해 자극적인 뉴스 제조와 정치공작을 서슴치 않는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정치판을 인간 가면을 쓴 바퀴벌레가 조정하고 농락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현재 돈의 흐름을 반대로 바꾸는 #역방향주의 가 너무 기발해 말도 안된다 생각하면서도 초집중했다. 맨 마지막에야 밝혀지는 그들의 최종 목표를 보고 아차 했다.(어차피 인간들은 돈의 노예이니까...)

쉽지않은 작품이지만 비단 영국에만 국한된 의미는 아니라 생각한다. 국민으로서 정치에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희망해야는지 생각해본다. 정치와 언론 플레이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는 경각심도 새긴다. 정치가들이 좀 보셨으면도 한다.

*** 위 도서는 문학동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랙터도 데려가!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3
핀 올레 하인리히.디타 지펠 지음, 할리나 키르슈너 그림, 김서정 옮김 / 북극곰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동?서양 문화의 차이인가, 아름다운 요소를 찾기 위해 여러차례 책을 읽었다. 역시, 그림책은 소리내어 읽어주거나, 낭독을 들으며 그림을 보는 것이 진리다.

#트랙터도데려가 에서는 주인공을 볼 수 없다. 트랙터 없이는 이사를 가지 않겠다며 상자를 뒤집어 쓴 채 시위하는 모습, 트랙터 운전석에 앉아도 보이는 것은 눈과 손이 전부다. 반면에 어느 장면에나 빠지지 않는 트랙터, 연못을 파고 그늘을 만들고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되고 춤을 주더니 코끼리와 씨름을 하고 심지어 장을 본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아이에게 트랙터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느낄 수 있다.

딸에게 책을 읽어주다보니 어느새 내 감정이 격해진다. 여태껏 트랙터와 함께 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그런데 나무도 아닌 빽빽한 건물, 트랙터가 나설 수 없이 자동차가 줄지어 달리는 도로, 트랙터 한 대가 머물 장소도 없는 비좁은 공간으로 이사를 가야한다니! 더군다나 트랙터를 여기 두고 가라니!! 이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그럴 바엔 트랙터와 남아 절개를 지키리라!

어린 주인공은 비단 트랙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뿐 아니라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엄마에게 투쟁을 한 것은 아닐까? 트랙터를 타고 누볐던 자연이라는 공간, 트랙터를 타고 신나게 즐기던 시간,? 트랙터를 몰고 아이와 함께 즐거움을 나누던 (아마도) 아빠(혹은 엄마 또는 다른 가족)와의 추억 같은 것들 말이다. 새로운 곳에 가서 그곳에 적응하다보면, 녹슬어가는 트랙터처럼 소중했던 기억은 희미하고 빛바랠 것이다. 현실의 즐거움이 과거의 추억이 되는 것, 그러다 영원히 사라지는 것, 어쩌면 꼬마는 그것이 두려워 트랙터를 잃고싶지 않았을지 모른다.

트랙터 품에(?) 쏙 들어가는 체구로 봐서 주인공은 꽤 어린 듯 싶다. 그런데 엄마에게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논리정연하고 위트있게 반박하는 모습이 가히 압권이다. 만약 내 아이가 이렇게 당차고 똘똘하게 입장을 표현을 한다면, 당황스러움 약간에 놀라움과 감탄이 뒤섞여 말문이 막히지 않을까...(내심 기대한다.^^) 어른의 일방적인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약자가 최선을 다해 자신의 논리를 펴는 모습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내심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나는 어떤 마음인건지...

글밥이 제법 많지만 소리내 읽으며 주인공 아이의 입장을 대변하면 그 재미가 쏠쏠하다. 가끔 아이들이 엄마의 잔소리에 의기소침해진 날, 읽다보면 스트레스가 좀 풀리지 않을까?(격한 감정이입이 좀 걱정되지만...^^;)

*** 위 도서는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짓말쟁이, 우리들 - 2021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 2022 문학나눔 선정도서 바람어린이책 15
양은진 지음, 주성희 그림 / 천개의바람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핑크빛의 감도는 표지처럼 달콤상큼한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다.

쌉싸름하더니 이내 덜익은 자두처럼 시큼시큼하다. 어느새 화하고 싸하게 입안을 훑고서야 달큼한 맛이 살짝 감돌며 끝난다.

어린이•청소년 문학은 '그래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꿈같이 아름답기만 한 동화가 아니다. '사실 인생은 쉽지않다, 그렇지만 희망은 있다.' 이것이 어린이•청소년 문학이 독자에게 주는 메세지이다.

'거짓'없이 투명하게 자신을 내보이는 삶을 사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나의 솔직한 감정과 객관적인 사실로만 대인관계가 가능할 수 있을까? 함께 올려다보는 풍경에 대한 표현이 모두 다르지만 저마다의 감각을 존중한다. 어쩌면 거짓의 이면에 존재하는 진실에 대해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특히 표현이 서툴고 가치관 정립이 미흡한 어린이들에게는 말이다.

#거잿말쟁이우리들 을 보며 요즘의 인간관계가 떠올랐다. 현실에서 경험하던 시기와 질투, 감정과 고백, 이간질과 외톨이 등의 문제가 sns를 통해 조금 더 첨예하고 복잡해진다 생각한다. 찰나의 이미지, 보정과 편집, 끊어진 맥락의 문자와 글이 목적지 없이 둥둥 떠돈다. 어쩌다 고개를 들어 그 장면을 포착한 사람들에게 좋아요를 받으며 부유한다.

갑작스러운 아빠의 죽음으로 의기소침한 주인공은 새하얀 새틴 드레스같은 단짝 친구가 부럽다. 아빠가 있고 사랑이 묻어나는 가족과 부유한 환경, 거침없는 솔직함까지 나와는 다른 친구에게 자꾸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괜찮은 척' 하는 '거짓말'을 시작했다. 아프고 부러운 감정을 애써 외면했고, 욕망하는 이미지를 위해 애를 쓴다. 시작은 한 방울이지만 쉽사리 폭풍우가 되는 것이 거짓말 아니던가.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고, 듣기도 싫은 인물은 금방 터질 듯한 물풍선같다. 완곡한 표현에 이리저리 말길을 돌리며 한 순간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살얼음을 걷듯 불안하다. 결국 의도와 달리 여럿에게 상처를 주는 이 아이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이런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솔직하기에는 남들보다 용기가 필요하고, 아닌척 하기에는 자기 최면의 에너지가 필요하니까.

인간의 말초적인 감정을 건드려 잇속을 챙기려는 아이들이 이간질을 하고 외톨이를 부추긴다. 그리고 타깃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은 그저 침묵으로 이를 묵인할 뿐이다. 이간질도, 묵인도 그 대상에 대한 거짓말이다.

얼토당토 않는 주인공의 욕심과 고집 뒤에 사실은 아빠의 부재와 슬픔, 불안과 인정 욕구가 있었다. 매듭은 묶은 사람이 푼다고 했다. 서로 상처를 주고 받았지만 '우정'과 '진심' 이라는 공통 분모를 통해 거짓은 휘발되고 이들의 경험은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태어난 순서가 위계질서의 첫번째 척도이다. 하지만 동일한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나이를 불문하고 정도와 현상만 다를 뿐 비슷한 고민과 경험을 하는게 아닐까? 12살 인물들의 이야기가 제법 따끔했다.

***위 도서는 천개의바람 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판다 빵집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5
우시쿠보 료타 지음, 황진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와 뒹굴면서 #판다빵집 을 재밌게 읽었다. 이 빵이 맛나보이네, 얘들은 왜 사이다만 먹느냐, 대나무 샌드위치는 진짜 맛이 없을거라 조잘조잘대는 딸에게 퀴즈를 냈다.

"우리집에 이 작가의 다른 그림책이 있는데 그게 뭐~게? 너희 둘이 재밌다고 엄청 자주 본 책인데~
힌트!
1. 달력
2. 검정색과 흰색, 털이 있는 동물(그 책에선 추운데 살았고, 여기서는 따뜻한데 살지)
3. 크리스마스
잘 생각하고 찾아봐"

8세 딸은 한참을 책장 앞에 서서 서성이면서 여러번 #판다빵집 을 쳐다본다.

"알겠다! #펭귄호텔 !"

아이들과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서 간혹 놀랍고 반짝이는 순간을 접할 때가 있다. 그야말로 '직관'이라는 단어로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겨우 그 나이에, 그런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다니!

힌트를 많이 주긴했지만 푹 빠졌던 그림책을 오랫동안 잊고 지냈는데, 기억하고 찾아내는 센스! (나보다 낫네..;)

그림책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처음 혼자서 읽을 때 보다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 보지 못했던 장면이 잘 보인다. 그리고 누군가 읽어주면 지나쳤던 감정을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아이들의 또또! 외침으로 반복해서 읽고 보다보면 작품의 치밀함이 보이고 이를위해 고민했을 작가의 치열함도 느껴진다.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다른 빵을 파는 빵집이 있다. 판다빵집은 온가족이 일주일동안 테마가 있는 빵을 만든다. 그래서 매일 찾아오는 손님이 다르다. 일에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불변의 진리에 따라 매주 목요일은 쉬는 날이고, 매월 3일 오후 3시에는 판다빵집의 자랑인 메뉴를 공짜로 나눠주는 감사의 날 이벤트가 열린다. 그리고 5월 7일에는 '비밀의 빵 파티' 를 준비해 '숲 속 친구들' 모두를 초대한다.

손님의 특성으로 빵의 테마 찾기, 테마빵과 휴무, 이벤트 등을 고려해서 찾아보는 달력, 알림판에 적힌 메모를 보며 추리하는 숲속 친구들의 이야기, 가족 구성원의 역할과 사랑, 함께 나누는 따뜻함과 즐거움,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논픽션 요소로 찾아보는 동물의 특성, 마지막으로 빵이 더 맛있어지는, 새로운 빵도 먹어보고 싶어지는 효과까지!!!

한 권의 책으로 이렇게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니...이번에도 역시 대만족!!!을 외친다.

*** 위 책은 주니어RHK 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건 운명이야! 스콜라 창작 그림책 27
밤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적, 역사적으로 인간종(?)과 공룡이 동시대에 살았을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여전히 그 증거를 찾고 있으며, 논의가 진행 중이다.)

자신의 의지나 감정도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는 아이가 어눌한 발음으로 뱉어내는 공룡들의 이름을 들으면, '내 아이는 천재인가봐!' 행복한 착각에 휩싸인다.
아이들이 공룡에 환호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아빠는 육식공룡, 엄마는 초식공룡, 그런데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는 전혀 다른 공룡이다. 요상한 생김새, 이상한 울음소리, 알 수 없는 행동이 낯설고 어색하지만 세상을 포기하고 지킬만큼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그래서 그 기억이 세포 속에 살아남아 아이들은 공룡을 사랑한다고 한다.(유아기 아이라면 진지하게 받아들일지도...)

#밤코 작가는 2018년 #사랑은123 과 #근데그얘기들었어 두 권의 작품을 펴냈다. 2019년 #모모모모모 의 간결하고 단순하면서도 재밌고 기발한 작품으로 2021년 논픽션부문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하였다. 저자의 미술에 대한 애정이 돌고돌아 뒤늦게 공부를 했고, 그림책 습작을 시작한 7년 뒤에야 첫 작품이 탄생했다. 그러나 작가의 타고난 긍정적이고 유쾌하며 밝은 성향이 작품들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 에너지가 빛을 발하는 듯!)

#이건운명이야 는 #밤코 작가의 네번째 그림책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당초의 작품이 아닌 공룡과 사랑을 모티프로 한 이유는 뭘까? 올해 9살인 아들에 대한 여전한 사랑? 혹시 부쩍 성장하며 멀어지는 아이에게 느끼는 아쉬운 마음을 추억하기? 아이가 변함없이 좋아하는 대상을 기록하기? 어찌됐든 여전히 풍부한 상상력, 임팩트 있는 그림, 위트있는 스토리가 참 좋다. (5살 딸아이가 좋다니, 말 다했지 뭐~)

***위 책은 위즈덤하우스 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