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도 데려가!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3
핀 올레 하인리히.디타 지펠 지음, 할리나 키르슈너 그림, 김서정 옮김 / 북극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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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동?서양 문화의 차이인가, 아름다운 요소를 찾기 위해 여러차례 책을 읽었다. 역시, 그림책은 소리내어 읽어주거나, 낭독을 들으며 그림을 보는 것이 진리다.

#트랙터도데려가 에서는 주인공을 볼 수 없다. 트랙터 없이는 이사를 가지 않겠다며 상자를 뒤집어 쓴 채 시위하는 모습, 트랙터 운전석에 앉아도 보이는 것은 눈과 손이 전부다. 반면에 어느 장면에나 빠지지 않는 트랙터, 연못을 파고 그늘을 만들고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되고 춤을 주더니 코끼리와 씨름을 하고 심지어 장을 본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아이에게 트랙터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느낄 수 있다.

딸에게 책을 읽어주다보니 어느새 내 감정이 격해진다. 여태껏 트랙터와 함께 한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그런데 나무도 아닌 빽빽한 건물, 트랙터가 나설 수 없이 자동차가 줄지어 달리는 도로, 트랙터 한 대가 머물 장소도 없는 비좁은 공간으로 이사를 가야한다니! 더군다나 트랙터를 여기 두고 가라니!! 이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그럴 바엔 트랙터와 남아 절개를 지키리라!

어린 주인공은 비단 트랙터에 대한 남다른 애정뿐 아니라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엄마에게 투쟁을 한 것은 아닐까? 트랙터를 타고 누볐던 자연이라는 공간, 트랙터를 타고 신나게 즐기던 시간,? 트랙터를 몰고 아이와 함께 즐거움을 나누던 (아마도) 아빠(혹은 엄마 또는 다른 가족)와의 추억 같은 것들 말이다. 새로운 곳에 가서 그곳에 적응하다보면, 녹슬어가는 트랙터처럼 소중했던 기억은 희미하고 빛바랠 것이다. 현실의 즐거움이 과거의 추억이 되는 것, 그러다 영원히 사라지는 것, 어쩌면 꼬마는 그것이 두려워 트랙터를 잃고싶지 않았을지 모른다.

트랙터 품에(?) 쏙 들어가는 체구로 봐서 주인공은 꽤 어린 듯 싶다. 그런데 엄마에게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논리정연하고 위트있게 반박하는 모습이 가히 압권이다. 만약 내 아이가 이렇게 당차고 똘똘하게 입장을 표현을 한다면, 당황스러움 약간에 놀라움과 감탄이 뒤섞여 말문이 막히지 않을까...(내심 기대한다.^^) 어른의 일방적인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약자가 최선을 다해 자신의 논리를 펴는 모습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내심 박수와 응원을 보내는 나는 어떤 마음인건지...

글밥이 제법 많지만 소리내 읽으며 주인공 아이의 입장을 대변하면 그 재미가 쏠쏠하다. 가끔 아이들이 엄마의 잔소리에 의기소침해진 날, 읽다보면 스트레스가 좀 풀리지 않을까?(격한 감정이입이 좀 걱정되지만...^^;)

*** 위 도서는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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