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고 싶지 않을 권리가 있다 반올림 29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윤예니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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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삶의 가치관을 정립하기 시작한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기성세대에 대한 들끓는 불만과 반항이 솟구치고, 마주하는 현실에 대한 의문과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자신에게 중요하다 싶은 무언가를 발견하지만, 일목요연하게 생각을 정리해서 상대(어른)에게 논리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기엔 부족하다.

#나는사고싶지않을권리가있다 의 위고를 통해 현실에 대한 낯선 시각(어른에겐 대부분 익숙한 장면들)과 미숙하지만 순수한 태도(자신의 생각에 따른 적극적으로 행동)를 오랜만에 만났다.

고1 여름방학, 친구들과 도서관에서 나와 바람을 쐬러 기차를 타고 한탄강에 갔다. 공부를 벗어난다는 그 순간은 자유로웠다. 기대를 저버린 탁하고 냄새나는 물, 곳곳의 쓰레기를 목격하고 한껏 부풀었던 마음이 바람빠진 풍선이 되어 얼굴이 일그러졌다. 중2 체육대회 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뜨거운 햇볕 아래 운동장에 널린 쓰레기를 정신없이 주웠다. (그때 생긴 주근깨 잡티들이 이렇게 집요할 줄은;;)
잊고 있었다. 나는 꾸준히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기후위기에 무언가를 행동하고 싶어 안달하는지도.

위고가 어른이 되어서도 '일상생활 속 맹목적인 소비'에 반기를 들 수 있을까. 시간이 흘러 현실과 사회시스템에 적응하고 익숙해지면, 마요트섬에서 보고 겪고 느꼈던 불합리, 불평등을 그저 과거로 치부하는 것은 아닐까.
끊임없는 질문, 답을 찾기위한 꾸준한 관심과 탐구, 분별있는 판단과 성숙한 태도로 스스로의 가치관을 확고히 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그러지 못한 나의 모습을 투영한 바람이라 너무 이상적이다.)

2012년에 출간된 작품을 #책벗 팀과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눴다. 코로나와 소비,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 차이, 어른과 청소년, 자신의 성장점, 자연과의 공존과 맹목적인 소비, 여성 인권과 문화, 아름다운 사랑...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많은 작품이었다. 개인의 관심사에 따른 주제와 내용을 나누며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역시, 함께 읽는 책은 깊다.)

"2012년 출간된 작품을 2022년에 읽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책벗이 던진 질문이 오래도록 맴돌았다.

코로나19로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온라인 소비는 빈부격차를 더욱 확대시켰다. 이곳에서는 쓰레기산을 없애자며 몇 백억원의 세금을 쏟아붓고, 저곳에서는 삶의 희망을 그리며 빨간 장화를 신은 11살 아이가 쓰레기를 뒤진다. 한 번쯤은 미간에 주름을 잡고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운이 좋게 평화로운 시기에, 총칼을 겨누지 않는 곳에서 태어나, 따뜻한 집에서 먹고 자며, 다양한 '사랑' 을 경험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다. 이미 충분하다. 원초적인 생사의 순환을 넘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예술,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사랑,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존중 등 인간을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많은 것들을 결코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맹목적인 소비에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물론 저마다의 가치관과 환경에 따라 '맹목적 소비'의 기준점은 다르다. 다만, 한번 쯤은 더 고민해보면 좋겠다. 이게 진짜, 당장 필요해서 꼭 장바구니에 넣어야 하는지...(이 시기, 우리는 이미 충분하다는 감사함을 되새겨보기를 )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읽고 싶은 책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혼자 읽고 같이 보고 나누는 시간을 바라며...<향모를 땋으며>, <노인과 말코손바닥사슴>, <사슴아 내 형제야>, <지구를 사랑한다면 바르바라처럼>, 빅토르 위고의 작품들

*** 위 도서는 바람의아이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나는사고싶지않을권리가있다 #미카엘올리비에 #바람의아이들 #소비 #본질 #청소년문학 #프랑스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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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에서 살아남기 돌개바람 54
김미애 지음, 이미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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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과 긴장으로 들어선 교실, 내 키에 비해 크고 높은 책걸상, 놀란 토끼눈으로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살피던 나의 여덟 살이 떠올랐다.

나는 겁쟁이었다.
'싫어'라는 말로 내 것을 야무지게 지킬 줄 몰랐고, '같이 놀자'라는 말로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저요' 라는 말로 기쁨을 쟁취할 줄 몰랐고, 망설임과 커다랗게 부푸는 마음 사이의 실갱이가 자주 일었으며, '무서워'라고 도움을 청할 줄도 몰랐다.

여덟 살을 지나 2학년 생활을 기대하는 딸은 어떻게 아홉살에서 살아남게 될까? '나는 싫어' '나랑 같이 놀래?' '제가 할래요' '저요!' '사실은 난 이게 싫어요' 마흔이 넘은 엄마도 여태 똑부러지게 뱉어내지 못하는 말을, 아이에게 기대하는 건 욕심이 아닐까.

서툴고 부족하고 맹탕이었던 여덟 살을 겪었다고 갑자기 야무진 아홉 살로 변신할 수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알아지고, 천천히 배우고, 더디게 변하면서 나름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냈다. 친구들과 특별한 갈등 없이, 전학 온 친구와도 단짝이 되었고, 친구들 앞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기회도 생겼다. 부모님께 칭찬도 받고, 무섭다고 소리도 지르고 센 척도 해봤다.

나름의 속도로 성장하는 아이들, 꼬물거리던 아기가 어느 새 자라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 혼자 서고, 함께 걷고, 손을 잡는다. 생각해보면 그 자체로 너무나 대견한 일이다. 순수한 마음들이 만나기에 가만히 지켜보면 엉뚱발랄하고,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아이들이 스스로 오늘의 나이에서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게 성장의 영양제니까.

*** 위 책은 바람의아이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이미진 작가만의 캐릭터로 만나는 챕터별 주인공이 말 그대로 8살 우리 아이들 같다. 거부감없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곧 8살이 되는 예비 초등 1학년, 막 8살을 지나온 예비 2학년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짧은 챕터로 엄마가 읽어주고 경험이나 생각을 나누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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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알 아이 -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바람어린이책 17
윤여림 지음, 김고은 그림 / 천개의바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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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성장하는데 타고난 기질과 성향 외에 가족, 친구, 자주 만나는 주변 어른들만큼 큰 영향을 주는 외부적 요인이 또 있을까?

작품 속에는 #콩알아이 형아의 7살, 8살, 9살, 10살, 11살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있다. 형아가 겪는 사소하지만 흥미로운 사건들은 주변 인물들,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순수한 감정과 태도, 의지와 미숙함, 호기심과 좌충우돌, 사랑과 우정, 관심과 감사, 가족과 친구 그리고 사람들

마치 내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듯 했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너무 흔해서 쉽게 놓치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들... 지나쳐 버리는 아이의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댄 것 같았다.

그림책 #끼인날 로 각인된 #김고은 작가의 그림이 #윤여림 작가의 글과 찰떡이다. 덕분에 콩알아이의 캐릭터와 이야기에 에너지가 많이 실린 듯하다.

엉뚱하고 어이없고 황당하고 웃긴 이야기들, 그 속에 아이의 진짜 마음이 들어있다. 두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웃기도 코끝이 찡하기도 했다. 마지막 챕터를 읽어주고 콩알아이 신형이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지켜주고 싶은 아이로 남았다.

어린이문학은 나와 아이들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든다. 어렸던 내가 살며시 깨어나 두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느낌. 우리 셋은 콩알아이와 다르지만, 어딘가 통하는 구석이 있다. 언니로, 친구로, 동생으로 만난 형아에게서 우리 셋의 모습을 상상한다. 무슨 일이든 스스로의 모습 그대로 마주할 수 있기를...

***위 도서는 천개의바람 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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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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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넘치는 생명력, 아름다움, 경이로움은 수많은 생물 다양성의 존재에서 기인한다. 다양한 배경과 환경 속에서 사는 사람들 저마다의 굴곡진 삶이 다채로운 인간세상을 만들고 있듯 말이다.

#훌훌 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외할아버지와 가족인듯 남인듯 단둘이 사는 유리는 고1이다. 목표는 장학금을 받아 기숙사를 제공하는 대학에 합격해 집을 떠나는 것이다. 왜냐면 어느 누구와도 혈연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날, 엄마의 죽음 소식과 등장한 동생은 상습 가정폭력을 당하던 11살 남자아이다.
택시기사를 하는 묵뚝뚝한 유리의 외할아버지는 복막암 말기라 몰래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다.

유리의 베프 중 한명인 미희는 부모가 이혼 일보직전에 있다.(언어 폭력과 다툼의 원인이 예상된다)
또 다른 친구 주봉은 학교라는 곳에서는 인정받기 힘든, 공부 재능이 없는 캐릭터다.
3인방에 합류하게 된 세윤은 입양아지만 좋은 부모를 만나 진짜 가족으로 살고있다. 하지만 종종 남의 입에 오르내리기는 상황은 피할 수 없다.
고향숙 선생님은 훌륭한 자질의 교사이지만, 지난 사생활과 많은 나이는 짖꿎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가십거리가 된다.

그리고 유리의 엄마 서정희는 유리와 연우를 사랑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녀에게 삶은 어쩔 수 없이 짊어져야할 짐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사연을 알게 되고는 나쁘다 잘못했다 욕할 수 없었다. 누구라도 그러지 않을까.

이렇게 복잡한 인물들이 엮어가는 사건은 나의 예상을 엎치락 뒤치락하며 전개되었다. 궁금하다면 직접 만나기를 추천한다.

저자는 #훌훌 의 원고를 작품을 위해 인터뷰했던 분들께 보내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자폐증상이 있는 딸을 키우는 부모로서도 누구의 어떤 아픔도 희화화되지 않고, 모두의 삶이 다르듯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저마다 다른 형태의 아픔과 고통을 훌훌 털어내는데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작품으로 작가의 바람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훨훨 날아가기를 바란다. 주인공의 성장처럼 비록 한 겹의 껍데기를 깨는 일은 더디고 힘들지만, 결국 훌훌 털어버리면 자유롭게 날아오를 수 있을테니까.

*** 위 도서는 문학동네 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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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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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에서 호정과 은기가 함께 걷기를 바랐다. 해피엔딩이 아니라 내심 아쉬웠는지 서평쓰기에 시간이 필요했다. 어쩌면 블라인드로 소개된 작가는 일부러 차갑고 못내 안타까운 결말을 독자에게 던졌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 속 인생이 어디 그리 아름답기만 하던가. 두근거리는 관심과 따스한 위로, 차가운 시선과 날카로운 비난, 실타래처럼 엉킨 관계 속에서 두 인물은 성장한다. 씁쓸한 현실이지만 달큰한 향내가 피어 오르기도 하는게 세상이라는 걸 이해하는 것 말이다.

첫 페이지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과 손이 정신없이 움직였다. 또 한 권의 성장 소설로 잊고 지냈던 어린 청춘의 흔들림이 되살아났다. 어른이 되었다고 흔들리지 않을까. 그저 수많은 책임에 지나치고, 잊어버리고, 점점 무뎌지는 것 뿐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견고한 모습으로 어떠한 바람에도 휘청이지 않는다는 의지를 보여야 하니까. 사실 바람은 여전히 잦아들지 않았다. 통풍이 되는 곳에서 곰팡이가 피지않는다. 인생이 부러지지 않고, 삶이 부패되지 않도록 통풍구 조절을 스스로 터득하는 과정이 성숙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미세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호정이 식사를 하며 가족과 진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맞이하기를, 은기가 반려견 이야기를 나누며 너스레를 떨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우연히 둘이 마주치면 어색하지 않게 인사를 건네고 지나쳐도 입가에 남는 미소를 상상한다. 같은 방향으로 걷지 않는다고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위 도서는 창비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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