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에서 살아남기 돌개바람 54
김미애 지음, 이미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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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과 긴장으로 들어선 교실, 내 키에 비해 크고 높은 책걸상, 놀란 토끼눈으로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살피던 나의 여덟 살이 떠올랐다.

나는 겁쟁이었다.
'싫어'라는 말로 내 것을 야무지게 지킬 줄 몰랐고, '같이 놀자'라는 말로 친구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저요' 라는 말로 기쁨을 쟁취할 줄 몰랐고, 망설임과 커다랗게 부푸는 마음 사이의 실갱이가 자주 일었으며, '무서워'라고 도움을 청할 줄도 몰랐다.

여덟 살을 지나 2학년 생활을 기대하는 딸은 어떻게 아홉살에서 살아남게 될까? '나는 싫어' '나랑 같이 놀래?' '제가 할래요' '저요!' '사실은 난 이게 싫어요' 마흔이 넘은 엄마도 여태 똑부러지게 뱉어내지 못하는 말을, 아이에게 기대하는 건 욕심이 아닐까.

서툴고 부족하고 맹탕이었던 여덟 살을 겪었다고 갑자기 야무진 아홉 살로 변신할 수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알아지고, 천천히 배우고, 더디게 변하면서 나름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냈다. 친구들과 특별한 갈등 없이, 전학 온 친구와도 단짝이 되었고, 친구들 앞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기회도 생겼다. 부모님께 칭찬도 받고, 무섭다고 소리도 지르고 센 척도 해봤다.

나름의 속도로 성장하는 아이들, 꼬물거리던 아기가 어느 새 자라서 많은 사람들 사이에 혼자 서고, 함께 걷고, 손을 잡는다. 생각해보면 그 자체로 너무나 대견한 일이다. 순수한 마음들이 만나기에 가만히 지켜보면 엉뚱발랄하고,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아이들이 스스로 오늘의 나이에서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게 성장의 영양제니까.

*** 위 책은 바람의아이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이미진 작가만의 캐릭터로 만나는 챕터별 주인공이 말 그대로 8살 우리 아이들 같다. 거부감없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곧 8살이 되는 예비 초등 1학년, 막 8살을 지나온 예비 2학년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짧은 챕터로 엄마가 읽어주고 경험이나 생각을 나누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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