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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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에서 호정과 은기가 함께 걷기를 바랐다. 해피엔딩이 아니라 내심 아쉬웠는지 서평쓰기에 시간이 필요했다. 어쩌면 블라인드로 소개된 작가는 일부러 차갑고 못내 안타까운 결말을 독자에게 던졌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 속 인생이 어디 그리 아름답기만 하던가. 두근거리는 관심과 따스한 위로, 차가운 시선과 날카로운 비난, 실타래처럼 엉킨 관계 속에서 두 인물은 성장한다. 씁쓸한 현실이지만 달큰한 향내가 피어 오르기도 하는게 세상이라는 걸 이해하는 것 말이다.

첫 페이지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과 손이 정신없이 움직였다. 또 한 권의 성장 소설로 잊고 지냈던 어린 청춘의 흔들림이 되살아났다. 어른이 되었다고 흔들리지 않을까. 그저 수많은 책임에 지나치고, 잊어버리고, 점점 무뎌지는 것 뿐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견고한 모습으로 어떠한 바람에도 휘청이지 않는다는 의지를 보여야 하니까. 사실 바람은 여전히 잦아들지 않았다. 통풍이 되는 곳에서 곰팡이가 피지않는다. 인생이 부러지지 않고, 삶이 부패되지 않도록 통풍구 조절을 스스로 터득하는 과정이 성숙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미세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호정이 식사를 하며 가족과 진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맞이하기를, 은기가 반려견 이야기를 나누며 너스레를 떨 수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우연히 둘이 마주치면 어색하지 않게 인사를 건네고 지나쳐도 입가에 남는 미소를 상상한다. 같은 방향으로 걷지 않는다고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위 도서는 창비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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