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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스키 탈 수 있니? - 2023 읽어주기 좋은 책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5
레이먼드 앤트로버스 지음, 폴리 던바 그림, 김지혜 옮김 / 북극곰 / 2022년 3월
평점 :
"보이지 않으면 사물로부터 멀어지지만, 들리지 않으면 사람으로부터 멀어진다"
-헬렌 켈러
귀 모양을 닮은 숫자 '3', 메년 3월 3일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세계 청각의 날(World Hearing Day)이다. 이날은 행복한 소리, 듣는 즐거움을 되새겨 보자는 의미를 담기도 한다.
보조기기의 이용 여부를 떠나 하루쯤은 비난의 쓴소리보다 존중을, 염려의 잔소리보다 인정을, 기계보다는 자연을, 말보다는 심장 소리에 귀 기울이면 어떨까 생각했다.
#너스키탈수있니 의 표지 속 귀여운 주인공은 언뜻 평범해 보인다. 면지를 지나 이야기를 따라가면 이 아이의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다. 아빠가 깨우는 소리, 학교갈 준비로 재촉하는 소리, 눈 내리는 소리, 발에 밟히는 눈의 소리, 선생님의 목소리, 책장을 넘기는 소리...주인공은 눈으로, 몸으로, 감각으로 소리를 듣는다.
저자 레이먼드 앤트로버스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다. 일러스트레이터 폴리 던바는 글의 소리를 화면에 그려 넣었다. 주인공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받으며 몰입할 수 있다.(환상의 조합! 그러니 상을 받을 수 밖에!!)
사람들이 건네는 말이 모두 "너 스키 탈 수 있니?" 같아 당황하는 아이에게 난청 진단과 보청기 사용은 또다른 삶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불편하고 피하고 싶지만 다행히 곁에는 마주보고 크게 책을 읽어주는 든든하고 자상한 아빠가 있다. 아이는 아빠의 손가락 끝에서 만난 달을 하늘로 데려가 쳐다본다. "너 내 말 잘 들리니?" 라고 묻는 달에게 씩씩하게 대답한다. "네, 스키 탈 수 있어요!"
주인공의 대답이 "네, 뭐든 할 수 있어요!" 라고 보인다. 남들과 '다르게' 더욱 섬세하게 소리를 느끼는 감각, 현실의 소리를 듣게 해주는 보청기, 그리고 곁에서 마주보는 아빠라면 스키 타는 것쯤은 문제가 아니다. 아이는 뭐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을 회복한다. 어쩌면 보통의 나보다 더욱 자주, 더 많이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도.
"잘 보지 않으면 세상로부터 멀어지고, 잘 듣지 않으면 사람으로부터 멀어진다" 라고 바꿔 읽어본다. 보는데 문제가 없는데도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평화로운 세상을 잃을 수도 있다. 듣는데 문제가 없는데도 경청하지 않으면 평등하지 않을 수 있다. 잘 보고자, 잘 듣고자 하는 이들이 마땅히 건네야 할 것들이 있지 않은지, 혹시 누군가 의도적으로 가려버리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 모두가, 우리 모두가 "스키 탈 수 있어요!"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위 도서는 도서출판 북극곰 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