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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동안
유디트 바니스텐달 지음, 김주경 옮김 / 바람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이번에 만난 #유디트바니텐달 의 작품은 또 한번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그녀의 작품은 날카롭고 예리한 매쓰로 상처를 가르고 벌려 눈을 질끈 감게 된다. 실눈을 뜨고 페이지를 넘기다 어느새 상처 속 이물질을 직시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닫고 다시 첫 장으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하면서 상처는 봉합된다. 그리고 천천히 느릿느릿 속살이 아물기 시작한다. 고통은 어느새 옅어졌다.
저자는 '죽음을 직면'한 자, 그로 인해 사랑에 '잘림을 당해' 슬픈 자, 죽음 뒤에도 '영원'을 믿는 자, 보살펴야할 대상이 있어 죽음이 더욱 '두려운' 자...네 명의 삶을 조명했다. 붉은색, 초록색, 검은색 그리고 흐릿한 하늘색. 평범한 대사, 그래서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더욱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암 선고를 받고, 치료를 받고, 수술을 받은 후 목소리를 잃은 아버지는 죽음을 요구한다. 그렇게 사랑하는 아내가 말하던 '제자리를 맴도는 항해'는 끝나고, 새로운 항해가 시작된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항해를 떠나며 뒤를 돌아보는 다비드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련 미련도 후회도 원망도 없이.
먼저 세상을 떠난 전처가 암선고를 받고 두려워하는 다비드의 꿈에 나타나 말했다. '죽음은 어둡지만 따뜻해.'
그는 따뜻한 곳에서 항해를 떠난다. 그의 뒤에 남은 아내와 두 딸 역시 따뜻한 시간을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