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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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들어도 놀라웠던 것은 할머니가 묘사하는 무리인들의 가장 독특한 속성이었다. 무리인들은 죽음에이른 다음에도 죽지 않는다고 스스로믿는다. 무리인들의 믿음 안에서 자아는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몸을 바꾸어가며 끊임없이 전달될 뿐이다.
"그들은 영혼이 이전 개체에서 다음 개체로 이어진다고 믿더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두 번째 루이를만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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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오백 년째 열다섯 1~2 세트 - 전2권 텍스트T
김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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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년에 책 150권, 영화 100편, 드라마 30개를 보며 이야기에 빠져 산다는 김혜정 작가의 <오백 년째 열다섯>이라는 책이에요. 1권을 읽은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저자의 머리 속에 있던 이야기가 2편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하네요.


우리집에도 이야기를 좋아하는 청소년이 살고있고 그 아이가 좋아했던 <연의 편지>를 그리고 쓴 조현아 작가가 표지작업을 했다는 말에 바쁜 일정에 자제하고 있던 서평단을 신청했어요. 물론 저도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고요. <오백 년째 열다섯>이라는 제목과 만화같은 표지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고요. 드라마나 영화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옮겨볼게요.


<오백 년째 열다섯>

  • 힘은 결코 왕의 조건이 아니다.

  • 마음이 흔들려서 마음이 움직여서 마음이 있어서, 가을은 울었다.

  • 신우를 살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가을은 처음으로 자신이 야호인 게 좋았다.

  • 장미의 이름이 장미가 아니더라도 장미는 아름다울 거야. 장미는 그대로 장미니까.

  • 짐은 미련일 뿐이다.

  • 사람들은 종종 억척스러운 부자들을 보면 어차피 죽을 때 가져가지도 못하는 거 뭘 그렇게 더 벌려고 애쓰냐고 말한다. 그럼 야호는 죽지 않으니까 벌고 또 벌어도 되는 걸까.

  • 그런데 돌이켜 보면 돈이 없던 시절이라고 불행하지 않았고 돈이 많던 시절에 더 행복하지 않았어. 돈이 행복에 비례하지 않더라.

  • 생을 끝내는 건 불행일까. 그렇다면 생을 계속한다는 건 축복일까.

  • 사랑이란 대체 뭘까? 변하면 사랑이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했던 순간들을 부정할 수는 없다.

  •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오백 년째 열다섯 2>

  • 가을은 세상 모두에게 유신우가 내 남자 친구라고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신우가 세상 전체니까. 세상이 다 사랑스럽다.

  • 옛말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는데 부모 이기는 자식도 없다. 사랑하는 이의 말을 따르지 않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다.

  • 할머니가 그랬다. 살면서 고마울 때 고맙다 말하고, 미안할 때 미안하다는 인사만 잘해도 된다고.

  • 세상은 갑과 을로 나뉘는 게 아니라 품위가 있는 자와 없는 자로 나뉜다.

  • 신우의 장점을 백 가지도 넘게 들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이유 때문에 신우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신우가 좋기에 백 가지도 넘는 이유를 들 수 있는 거다.

  • 인간이 결혼하는 건 삶이 유한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십 년이 지나도 백 년이 지나도 이 모습 그대로겠지. (중략) 가을은 자신의 모습을 지우고 싶었다.

  • 현의 심장이 뛰더라. 가을아, 심장이 없는 현이 더 나았을까? 그 심장이 나를 위한 게 아니라면 없는 게 낫지 않았을까?

  • 성장과 나이는 비례하지 않는다

  • 신우와의 나중 일만 생각하느라 지금 신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지금 신우와 무얼 하면 좋을지를 잊고 있었다.

  • 감정에도 무게가 있다. 좋은 감정은 가볍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그 무엇보다 무겁다.

  •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이건 소를 잃어버린 어리석음을 한탄하는 게 아니다. 두 번은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거다.


오백 년째 열다섯살이라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바로 이 책의 주인공 가을의 이야기인데요. 소설이라 스포가 될까 싶어 줄거리는 생략할게요. 유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은 끝없이 젊음과 영생을 꿈꾸지만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야호족과 호랑족에게는 어려움이 없을까요? 그들이 인간과 함께 살지 않았다면 비교의 대상이 없으니 그런 어려움이 없었을 것도 같은데요. 인간은 어떻게 경험해 보지도 않은 영원한 삶을 꿈꿀 수 있는 걸까요? 인간이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을 상상하는 능력은 참 놀라운 것 같아요. 그런 힘이 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도 하겠지만 과한 욕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겠죠? 여러 생각이 머리 속을 떠다니는데 정리가 잘 안되네요. 오늘 밤은 떠다니는 생각들로 잠을 설치진 않을지...


본 서평은 성장판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았으며 저의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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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로드에서 만나 텍스트T 4
이희영.심너울.전삼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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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판 독서모임에서 <로열 로드에서 만나>라는 책의 서평단을 모집하는 글을 봤어요. 살펴보니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청소년 소설 <페인트>의 저자 이희영 님의 소설도 실려있어서 오랜만에 서평단 신청을 했네요.


이 책에서 이희영, 심너울, 전삼혜, 세 작가는 각각의 메타버스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어요. 뒷부분에는 SF 평론가 심완선님, 국어 교사 김영희님, 사서 교사 김담희님의 특별대담이 있고요. 소설을 읽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들이 있지만 뒷부분 대담을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다시 생각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답니다.


로열 로드에서 만나

이희영


첫 번째 이야기 <로열 로드에서 만나>에는 세 명의 고등학생들이 나와요. VR로 수업을 듣고, 좋아하는 연예인의 아바타가 하는 공연을 보죠. 그러다 알게 된 '로열 로드'라는 특별한 세상. 현실에서는 몇백만 원 몇천만 원씩 하는 명품 옷과 가방을 거기에서는 몇천 원 몇만 원이면 살 수 있죠. 실물이 아닌 이미지이지만요. 현실의 삶은 답답해도 로열 로드에서는 자신의 아바타를 '싼값'에 멋지게 꾸밀 수 있어요. 채이는 '견고한 벽' 너머 '그들만의 세계'에서는 넘쳐 나는 '여유와 풍족함, 그리고 특별함'을 갖고 싶어 해요. 유일하게 위로를 주는 곳은 가상 세계뿐이라고 믿었지만 결국 문제가 생겼을 때 진짜 위로를 받는 건 현실의 공원에서 진짜 친구 '아진'을 통해서죠.

 

이 글을 읽으면서 신장을 팔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산 10대 청소년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이걸 물물교환처럼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도요. 전 이게 단순 물물교환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이폰과 아이패드.. 이런 것들을 그렇게까지 욕망하게 만든 사회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어른인 우리는 뭘 해야 하고 뭘 할 수 있는 걸까요?

 

가상 세계인 로열 로드에서 더 '차별화된 나'를 욕망할수록 그 문제는 결국 현실 세계의 문제로 이어지는데... 무엇이 다를까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싼값에 경험을 하고 큰 교훈을 얻는 점에서는 나은 걸까요?


열심히 사는 게 미안한 현실이라니,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뿐이었다.

P.35, 로열 로드에서 만나, 이희영


야 솔직히 말해서.

그 잘난 로열 로드에는 네가 없어도 되지만.

현실에서는 강채이, 네가 없으면 안 되잖아.

P.48, 로열 로드에서 만나, 이희영

 

이루어질 수 없는

심너울


두 번째 이야기 <이루어질 수 없는>에는 메타버스의 관리자와 사용자(?)가 등장해요. 다른 세계를 꿈꿀 수 없는 메타버스의 세상에서 다른 세계를 꿈꾸는 버그, 최진호. 그에게 현실을 알려주면 현실을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 메타버스 관리자 윤희랑. 하지만 저라도 그 상황이라면 현실을 택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메타버스의 세상은 가상이지만 가짜가 아닌 현실이 되어버린 거니까요. 최진호에게는 어쩌면 유일한 세상이니까요.

 

오, 저는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꿈을 꿔야겠지요.

꿈은 정말 품는 것만으로 소중한 것일까요?

P.97, 이루어질 수 없는, 심너울


보통 사람은 삶에서 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단 말이지.

사람들이 신경 쓰는 건 그냥 자기 믿음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거야.

P.99, 이루어질 수 없는, 심너울


수수께끼 플레이

전삼혜


마지막 이야기 <수수께끼 플레이>에는 학교에서 신입생들을 위해 만든 메타버스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 004와 087이 나와요. 메타버스 세상에서의 인간관계가 대면 관계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죠. 옳고 그른 게 아니라 어떻게 다른 지를요.

 

코로나를 겪으며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저도 온라인 세상에서의 인간관계를 진짜 인간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양상이 다를 뿐 이 또한 대면 관계와는 또 다른 하나의 진짜 관계임을 알아요.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갑자기 멀어지는 것도?

그거야 당신 마음대로 아니겠소.

눈을 떠 보니 새벽이었다.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걸 어떻게 하냐......

P.135, 수수께끼 플레이, 전삼혜


말하고 싶은 것은 말하고, 숨기고 싶은 것은 숨기며,

그렇게 플레이하면 되는 거다.

어쩌면 그게 서로에 대한 인정인지도 모른다.

P.138, 수수께끼 플레이, 전삼혜


특별 대담: 메타버스 속 청소년들의 아바타, 멀티 페르소나 문화

심완선_SF 평론가, 김영희_국어 교사, 김담희_사서 교사

 

특별 대담 중 인상적이었던 문장들이에요.

 

김영희: 물질적 욕망을 통제하는 일은 온전히 자기 책임은 아니에요. 돈을 써야만 하는 구조, 구매욕을 과하게 자극하는 판매자에게 물어야 하는 몫이 존재해요. 소비를 선택하는 이는 자신이라도, 그 선택에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해요.

 

심완선: 진짜의 반대는 가짜잖아요. 그런데 가상은 가짜가 아니에요. 가상의 반대는 실재입니다. 실재는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가상은 비물리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다르지요. 그런 점에서 둘 다 '진짜' 현실입니다.

 

김담희: 같은 메타버스에 있어도 둘이 감각하는 자유는 달라요. 그런데 각자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우정은 존재할 수 있어요.


<책을 읽고>


청소년은 아니지만 청소년 소설을 좋아해요. 청소년 소설 중 대다수가 부모가 읽었으면 싶은 책들이기도 하거든요.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좋은 방법이 되는 것 같아요. 이 책도 어른들이 읽으면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새로운 것을 빨리 흡수하잖아요. 어른이라면 옛것에만 집착하기보다는 한발 떨어져서 좀 더 넓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품을 넓혀 받아들이고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울 수 있을 테니까요.


반짝반짝 예쁜 표지가 예비 고3 딸아이의 눈길을 끈 모양이에요. 이 책의 우리 집 다음 독자는 딸아이가 되겠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저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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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잘 육아 - 생태적으로 아이 키우기
조순영 외 지음, 구주연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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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잘 육아 / 글 조순영, 이영경, 위다겸, 송주은

생태적으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일선에서 또 가정에서 노력하고 계신 네 분의 선생님들이 함께 쓰신 책이다.

읽어보고 좋으면 어린 아기들이 있는 직장 동료들에게 권할 마음에 받아 든 책이었는데 고2 딸을 키우고 있는 나도 배울 것이 있었던 책이었다.

아무래도 부모가 되면 내 아이들이 먹을 음식, 또 내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의 환경에 대해 전에 없던 관심이 생기게 된다. 아이를 낳고 내가 유기농 식재료를 찾고, 미국 소 수입에 반대하고,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찾아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것들이 비단 내 아이를 위해 시작된 일이라고는 하나 결국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니 꼭 이기적이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책의 서문에 나오는 이 글은 육아의... 아니 육아 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의 삶에 적용되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놀고[놀이], 잘 먹고[먹거리], 잘 싸고[건강], 잘 자고[일상], 잘 어울리면[관계] 아이는 건강하고 행복합니다."

사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 이 안에 들어있지 않은가.

각 장마다 놀이, 먹거리, 건강, 일상, 관계를 위한 글과 꿀팁들이 가득하고 더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참고 문헌도 뒤에 잘 실려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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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먹고잘자고잘노는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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