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로드에서 만나 텍스트T 4
이희영.심너울.전삼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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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판 독서모임에서 <로열 로드에서 만나>라는 책의 서평단을 모집하는 글을 봤어요. 살펴보니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청소년 소설 <페인트>의 저자 이희영 님의 소설도 실려있어서 오랜만에 서평단 신청을 했네요.


이 책에서 이희영, 심너울, 전삼혜, 세 작가는 각각의 메타버스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어요. 뒷부분에는 SF 평론가 심완선님, 국어 교사 김영희님, 사서 교사 김담희님의 특별대담이 있고요. 소설을 읽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들이 있지만 뒷부분 대담을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다시 생각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답니다.


로열 로드에서 만나

이희영


첫 번째 이야기 <로열 로드에서 만나>에는 세 명의 고등학생들이 나와요. VR로 수업을 듣고, 좋아하는 연예인의 아바타가 하는 공연을 보죠. 그러다 알게 된 '로열 로드'라는 특별한 세상. 현실에서는 몇백만 원 몇천만 원씩 하는 명품 옷과 가방을 거기에서는 몇천 원 몇만 원이면 살 수 있죠. 실물이 아닌 이미지이지만요. 현실의 삶은 답답해도 로열 로드에서는 자신의 아바타를 '싼값'에 멋지게 꾸밀 수 있어요. 채이는 '견고한 벽' 너머 '그들만의 세계'에서는 넘쳐 나는 '여유와 풍족함, 그리고 특별함'을 갖고 싶어 해요. 유일하게 위로를 주는 곳은 가상 세계뿐이라고 믿었지만 결국 문제가 생겼을 때 진짜 위로를 받는 건 현실의 공원에서 진짜 친구 '아진'을 통해서죠.

 

이 글을 읽으면서 신장을 팔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산 10대 청소년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이걸 물물교환처럼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도요. 전 이게 단순 물물교환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아이폰과 아이패드.. 이런 것들을 그렇게까지 욕망하게 만든 사회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어른인 우리는 뭘 해야 하고 뭘 할 수 있는 걸까요?

 

가상 세계인 로열 로드에서 더 '차별화된 나'를 욕망할수록 그 문제는 결국 현실 세계의 문제로 이어지는데... 무엇이 다를까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싼값에 경험을 하고 큰 교훈을 얻는 점에서는 나은 걸까요?


열심히 사는 게 미안한 현실이라니,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뿐이었다.

P.35, 로열 로드에서 만나, 이희영


야 솔직히 말해서.

그 잘난 로열 로드에는 네가 없어도 되지만.

현실에서는 강채이, 네가 없으면 안 되잖아.

P.48, 로열 로드에서 만나, 이희영

 

이루어질 수 없는

심너울


두 번째 이야기 <이루어질 수 없는>에는 메타버스의 관리자와 사용자(?)가 등장해요. 다른 세계를 꿈꿀 수 없는 메타버스의 세상에서 다른 세계를 꿈꾸는 버그, 최진호. 그에게 현실을 알려주면 현실을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 메타버스 관리자 윤희랑. 하지만 저라도 그 상황이라면 현실을 택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메타버스의 세상은 가상이지만 가짜가 아닌 현실이 되어버린 거니까요. 최진호에게는 어쩌면 유일한 세상이니까요.

 

오, 저는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꿈을 꿔야겠지요.

꿈은 정말 품는 것만으로 소중한 것일까요?

P.97, 이루어질 수 없는, 심너울


보통 사람은 삶에서 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단 말이지.

사람들이 신경 쓰는 건 그냥 자기 믿음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거야.

P.99, 이루어질 수 없는, 심너울


수수께끼 플레이

전삼혜


마지막 이야기 <수수께끼 플레이>에는 학교에서 신입생들을 위해 만든 메타버스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 004와 087이 나와요. 메타버스 세상에서의 인간관계가 대면 관계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죠. 옳고 그른 게 아니라 어떻게 다른 지를요.

 

코로나를 겪으며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저도 온라인 세상에서의 인간관계를 진짜 인간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양상이 다를 뿐 이 또한 대면 관계와는 또 다른 하나의 진짜 관계임을 알아요.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갑자기 멀어지는 것도?

그거야 당신 마음대로 아니겠소.

눈을 떠 보니 새벽이었다.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걸 어떻게 하냐......

P.135, 수수께끼 플레이, 전삼혜


말하고 싶은 것은 말하고, 숨기고 싶은 것은 숨기며,

그렇게 플레이하면 되는 거다.

어쩌면 그게 서로에 대한 인정인지도 모른다.

P.138, 수수께끼 플레이, 전삼혜


특별 대담: 메타버스 속 청소년들의 아바타, 멀티 페르소나 문화

심완선_SF 평론가, 김영희_국어 교사, 김담희_사서 교사

 

특별 대담 중 인상적이었던 문장들이에요.

 

김영희: 물질적 욕망을 통제하는 일은 온전히 자기 책임은 아니에요. 돈을 써야만 하는 구조, 구매욕을 과하게 자극하는 판매자에게 물어야 하는 몫이 존재해요. 소비를 선택하는 이는 자신이라도, 그 선택에는 다양한 요소가 작용해요.

 

심완선: 진짜의 반대는 가짜잖아요. 그런데 가상은 가짜가 아니에요. 가상의 반대는 실재입니다. 실재는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가상은 비물리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 다르지요. 그런 점에서 둘 다 '진짜' 현실입니다.

 

김담희: 같은 메타버스에 있어도 둘이 감각하는 자유는 달라요. 그런데 각자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우정은 존재할 수 있어요.


<책을 읽고>


청소년은 아니지만 청소년 소설을 좋아해요. 청소년 소설 중 대다수가 부모가 읽었으면 싶은 책들이기도 하거든요.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좋은 방법이 되는 것 같아요. 이 책도 어른들이 읽으면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새로운 것을 빨리 흡수하잖아요. 어른이라면 옛것에만 집착하기보다는 한발 떨어져서 좀 더 넓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품을 넓혀 받아들이고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울 수 있을 테니까요.


반짝반짝 예쁜 표지가 예비 고3 딸아이의 눈길을 끈 모양이에요. 이 책의 우리 집 다음 독자는 딸아이가 되겠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저의 주관적인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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