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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설레스트 잉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평점 :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 설레스트 잉
이 책을 다 읽어갈 때쯤 뉴스 하나를 보게 되었다. 어떤 대학교에서 재학중인 외국인은 전부 전학시키고 새로운 외국 학생은 받지 않게 한다는 그런 뉴스를.
뉴스를 보고 다시 책을 읽어갈 때쯤 뭔가 기시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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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왔다가 그 위기에서 더 발전하여 PACT가 시행된다. 이 PACT란 미국인만을 위한 미국, 미국적이지 않은 모든 걸 없어지게 만드는 그런 것. 정확히는 미국 전통문화 보존법.
PACT는 미국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굉장히 통제된 그런 사회를 만들었다.
반미국적인 행동을 하면 아이를 뺏어 일명 ‘재배치‘를 한다거나. 여기서 진짜 화가 났었다. 엄마가 중국계라고 엄마를 모른다고, 관련 없다고 말해야 하는 아빠와 자식들의 마음은 참 상상하기도 힘들다.
1부는 힌트를 보며 엄마를 찾아가는 아이, 버드(노아)의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재배치를 받은 새디를 만나고 엄마의 편지를 보며 하나씩 현실에 대해 알아가는 그런 내용이 나온다.
참 가슴이 답답한 부분이었다. 어린 애가 엄마를 찾기 위해 여러 위험을 감수하고, 또 숨어서 도움을 주는 이들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진짜 내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p.13 버드라고 부르면 꼭 자기 같았다. 땅에 속하지 않은 작고 빠른 것. 호기심 넘치는 지저귐, 홀로 끄트머리에 웅크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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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이 되고 어머니가 사라진 뒤 그는 노아가 되었다. 아버지는 그게 최선이라며 이제 누구도 그를 버드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다.
p.110 그처럼 생긴 외모는 늘 위험했다. 그의 어머니의 자식이어서 여러 방식으로 위험했다. 아버지는 이 사실을 늘 알았고 늘 대비했고 자기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늘 예민한 상태로 있었다. 아버지가 두려워한 것은 어느 날 누군가 버드의 얼굴에서 적을 보는 일이었다. 혈통이든 행동이든, 누군가 그를 어머니의 아들로 보고 빼앗아가는 일.
p.150 세상에 나쁜 엄마가 없다는 말은 아니야, 그녀가 말한다. 그냥 네가 모든 걸 알 수는 없다는 뜻이야.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무슨 일을 하거나 하지 않기도 해. 보통의 우리는 그저 최선을 다하려 할 뿐이야.
2부 같은 경우 버드의 엄마, 마거릿의 과거 이야기이다. ‘위기’와 PACT가 시행되기까지 겪었던 일들. 아들과 남편을 떠나게 된 이유가 나오는데 이해가 되면서도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PACT를 거부하기 위해,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했던 것들이 아들과 남편을 힘들게 하지 않았나. 남편은 경찰이 찾아오면 모른다고 자기랑 아들은 관련 없다고 부정하게 만드는 그런 행동들이 참..
그리고 마거릿은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중이었다. 그 프로젝트의 시작은 병뚜껑을 만들어 평소 사람들이 잘 찾지 않지만 사람들 주변에 있는 곳곳에 설치하는 것이었다.
p.259 이제 그럼 널 노아라고 부르는 게 좋겠니? 다른 사람들이 다 널 그렇게 부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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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는 말한다. 양쪽 뺨이 갑자기 달아오른다. 계속 버드라고 불러도 돼요. 그러고 싶으면요.
p.378 그녀는 이곳에, 그녀만의 옷장에 갇혀 고양이를 그리고 또 그려 문틈으로 내보내고 있을 뿐이다. 고양이들이 밖에 있는 짐승에게 발톱 하나라도 박아 넣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면서.
그럼에도. 그녀는 페이지를 넘겨 다음 이야기를 이어간다.
3부에서 병뚜껑의 역할이 나온다. 스포는 하지 않겠다. 할 수가 없다. 이 책에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읽게 되면 꼭 끝까지 멈추지 않고 읽는 걸 추천한다. 결말 같는 경우 시원하게 끝이 있다기보단 열린 결말처럼 끝이 난다. 하지만 오히려 열린 결말이라서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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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재밌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PACT가 현실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 있는 것 같다.
자국민을 위한다며 외국인은 배척하는 그런 사회가 쉽게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여러 국가의 사람들이 섞여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지만 왠지 쉽게, 한순간에 책의 상황이 일어날 것만 같기도 하다.
암튼 재밌게 읽었다. 소재가 소재인지라 두꺼운 책이었지만 금방 읽게 되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고 디스토피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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