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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약국
김혜선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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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부모의 양육 속에서 사랑받고 자랐으니, 그 사랑을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조금은 고지식한 나는 이 소설 속 얘기가 내 얘기 같았다. 나에게도 저런 상황이 닥치면 소설 속의 딸처럼 엄청 투덜거리면서도 엄마를 위해 운전을 하고, 병원에 동행하겠지. 

그것이 받은 사랑의 10분의 1도 안되는 사랑을 돌려드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노령의 엄마와 중년의 딸의 동거가 재미있기도 하면서, 곧  현 세대 전반에 걸친 표본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을 늘어날 테고, 또 노인은 자꾸 생겨날 테니 말이다. 부모의 부양이 온전히 자식들의 몫으로 떠넘겨지는 현실이 못마땅하면서도, 사회 서비스에 만족하지도 신뢰하지도 못한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스스로 헤쳐 나가는 것이 속 편하기도 하다. 고령인구가 늘어서 일까? 요근래 나의 관심사가 돌봄에 치우져서 일까? 김혜선 작가의 소설잔소리 약국 역시 나에게는 키워드가 “돌봄”으로 다가왔다 

아침 10시. 엄마를 출근시키면서 엄마 어깨너머로 물끄러미 약국 유리문 안을 들여다본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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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짓다 - 건축가와 건축주가 함께 쌓아올린 삶과 공간의 드라마
윤주연 지음 / 헤이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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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짓다』는 건축가의 시선으로 공간 속에 사람과 삶을 녹여낸 이야기다. 똑같은 공간도 어떻게 짓고,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


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공간은 단순한 장소를 넘어 삶을 회복하고 다시 일으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아버지는 평생을 일밖에 모르셨다. 퇴직 후 주어진 '쉼'이 낯설어 힘들어하셨다. 출장이 잦으셨던 아버지에게 집은 어색한 공간이었다. 자식들이 출가하고 두 분만 남은 집은 적막했고, 마음 붙일 곳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어린 시절, 소여물을 먹이며 곁눈질로 보고 배웠던 기억이 되살아나신 걸까.아버지께서 텃밭을 가꾸기 시작하셨다는 소식이었다. 자그마했던 텃밭이 어느새 제법 모양을 갖추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당신만의 공간을 짓기 시작하셨다.


누군가는 아버지의 텃밭이 평범한 뒷산의 밭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집에는 다양한 꿈들이 자라고 있다. 

거실에는 손주들을 위한 블루베리, 안방에는 자식들에게 보낼 김치가 될 배추와 무, 작은 방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가족을 위한 아버지의 마음이다. 아버지가 지은 것은 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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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나의 30년 친구, 독서회
무카이 가즈미 지음, 한정림 옮김 / 정은문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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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무카이 가즈미는 35년간 한 독서회에 참여했다.
그들이 함께 읽은 책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고전들. 혼자였다면 책장 몇 장 넘기고 덮었을지도 모를 책들이다.
하지만 함께 읽는 약속이 있었기에 끝까지 읽어냈고, 서로의 이야기가 겹겹이 더해지며 문장은 살아 숨 쉬었다.

책은 언제나 혼자의 것이었다. 조용한 시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 활자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은 깊어졌고, 마음은 느릿하게 가라앉았다.
나는 책이 주는 그 고요한 고립을 사랑해왔다.
하지만 이 책, 『다정한 나의 30년 친구, 독서회』를 읽고 나서 처음으로 깨달았다.
책은 함께 읽을 때, 때로는 더 멀리, 더 깊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내가 참여하는 독서모임에서도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은 적이 있다.
제주 4·3이라는 아픈 역사, 그 안에서 말하지 못한 존재들의 기억.
혼자 읽었더라면 너무 무거워 끝까지 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함께 읽으니 달랐다.
누군가는 자신이 외면했던 과거를 말했고, 또 누군가는 할머니가 겪은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책 속 문장이 한 사람의 삶과 이어지고, 기억이 목소리를 얻는 순간들. 우리는 그날, 역사의 일부를 함께 살아내는 이들이었다.

무카이 가즈미는 말한다. “책 한 권을 다 읽을 때마다 인생을 10년 정도 더 산 기분이 든다. 나는 이미 수백 년을 살아온 셈이다.”
그 말이 이제는 내게도 낯설지 않다.
책을 함께 읽고, 함께 말하는 시간.
나는 그 안에서 나보다 더 오래 살아본 사람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다음 책은, 누군가와 함께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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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책쓰기 수업
강원국 지음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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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p. 책을 쓰는데 가장 필요한 것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단연 시간을 꼽는다. 

내가 책을 쓸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은 시간이다.

 나는 시간에 의지해 책을 쓴다. 내게 시간이 있다는 건 늘 희망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써지는 게 책이다. 책은 시간이 주는 선물이다. 


강원국 작가는 “책은 들인 시간만큼 좋아진다”고 말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으며, 

자신이 글에 쓴 시간만큼 글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정말  않은가? 

시간은 신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는 것이다

그런데 쓰고자 하는 마음은 신이 주지 않는다. 그건 각자가 갖고 있어야 한다

쓰고 싶은 마음을 먼저 가진 사람이 읽는다면 이책은 최고의 글쓰기 책이다. 



하루에 한 가지라도 자기 생각을 정리하며, 메모를 하고, 함께 쓰는 사람을 두고, 자신의 글을 보여주며, 타인의 평가에 상심하지 말라고 말한다. 강원국 작가의 말이 자신감을 가지고 용기를 내서 계속 쓰라는 말 같아서 

읽는 내내 나도 써 볼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때가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다음은 가능할 수 있다.
남이 언제 썼고, 지금 무엇을 쓰고 있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적기라고 생각하는 때에 쓰면 된다.
- P162

책을 쓰는데 가장 필요한 것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단연 시간을 꼽는다.
내가 책을 쓸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은 시간이다.
나는 시간에 의지해 책을 쓴다. 내게 시간이 있다는 건 늘 희망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써지는 게 책이다. 책은 시간이 주는 선물이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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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는가 - 지역사회 공공 돌봄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새판 짜기
김진석 외 지음 / 헤이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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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말하는 돌봄은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는 행위를 말한다. 어린아이들이나 노인들에게 행하는 도움을 돌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그러나 돌봄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고, 그것은 의무가 되어야 한다. 돌본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 이 책의 55쪽~56쪽의 말을 인용하면 이렇다. “서구에서 돌봄을 뜻하는 단어인 ‘care’의 어원이 ‘caru’다. 이는 ‘걱정, 슬픔, 애통’을 뜻하면서 동시에 ‘관심, 배려, 헌신’을 뜻하기도 한다. 이렇듯 돌봄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돈이 있으면 좋은 시설로 모실 수 있지만, 시설은 비싸고, 정작 본인은 요양 시설의 입소를 원하지 않는다. ‘밤새 안녕’에 대한 걱정은 어쩌면 노모가 죽을 때까지 자식 된 내가 가지고 가야할 숙제 같다. 노부모와 떨어져 사는 자식들은 모두 그렇지 않을까? 언제나 걱정은 개인의 고통이고 개인의 문제였다. 이 문제를 사회가 함께 짊어지고 나갈 수는 없을까?

일상 속에서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살다가 죽고 싶은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 돌봄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권리로 보장하는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책은 “공공 커뮤니티 케어”라는 새로운 돌봄의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이 책이 새로운 정부를 꾸리는 인수위원회에 선물하고 싶다. 그들이야말로 이 책을 꼭 읽어야할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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