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가 고아가 아니었을 때 ㅣ 다시 작가들 8
조재선 지음 / 다시문학 / 2024년 11월
평점 :
작가는 분명 나와 비슷한 연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라딘 작가 프로필을 보니 맞았다). 은근히 겹치는 에피소드가 많아서 친근하고 정겹게 다가온다. 오랜만에 옛 동네 길을 가다 우연히 초등학교(우리땐 국민 학교)동창을 만나 반갑게 얼싸 안고 등을 토닥이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끝자락에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 세대에게 그 노래들은 그야말로 축복이었다.
아이폰에 에어팟을 끼고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요즘 세대 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우리는 이런 멋진 노래들을 마이마이, 라디오, 레코드판으로 듣곤 했었지.' 하고 몰래 자랑하고 싶다.
물론 자랑한다고 해서 젊은이들이 부러워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143쪽
카펜터스의 이야기를 할때는 이어폰과 마이마이는 없지만, 멜론으로 “Yesterday Once More”를 들으며 글을 읽었다. 텔레비전이야기, 연대앞 독수리 다방, 빨간 손전등, 개천이 복개 된 동네, 연탄재 이야기를 읽을 땐 내이야기인가 싶었다. 그런데 단순히 추억팔이에서 끝나지 않고 그의 이야기는 그의 단단한 사유로까지 나아간다. 지혜와 경험은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곧바로 이식되지 않고, 삶은 이어달리기처럼 누군가 끝낸 자리에서 바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며, 태어나면 처음부터 배워가며 소멸의 순간까지 자기 몫을 다해서 달릴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거대한 시간의 흐름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 허무로 치닫는다.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선한 의지와 지향을 놓을 수 없는 존재, 그게 바로 사람이다.”
사람을 선한 의지와 지향을 놓을 수 없는 존재라고 정의하는 조재선 작가의 글에서 나는 사람에 대한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한 그의 ‘선한 시선’을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