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 나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시어머니는 뭐든 버리지 못하는 습관을 가지고 계신다.자신이 사서 쌓아 놓으면 그래도 낫는데 남이 버린 물건을 쌓아놓는다. 한방 가득 패트병부터 비닐봉지,옷이며 우산 다 주워 온 물건이다.발 디딜틈이 없어 작년에 1톤을 버렸다. 버리는 물건 하나하나 간섭하고 버리면 또 주워다 놓는다. 실갱이를 하면서 방을 비워서 수리하고 도배 장판까지 다 해 놓았건만 다시 발 디딜틈이 없이 가득 채워 놓으셨다. 그나마 물건은 괜찮다.남이 주는 음식을 냉장고 가득 받아놓고 먹질 않아 곰팡이가 핀 것도 못 버리게 한다. 그냥 끓여서 먹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이다. 워낙에 버리는 것을 싫어하셨는데 경증치매가 오면서 더 심각해졌다.냉장고에서 섞는 냄새가 날 정도이다. 누가 먹고 남은 것도 국물 한방울까지 드시니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무섭다. 갈때마다 비워도 비워도 채워져 있는 냉장고 몰래 청소를 하고 쓰레기까지 몰래 가져와야 한다. 그냥 두면 다시 꺼내서 드시기에 그렇게 해야만 한다.곱게만 자랐던 엄마는 누군가 해주어야만 정리가 된다. 엄마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딸은 쌓아놓은 물건으로 인해 서로 삐지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며 방안 가득 채워둔 물건을 치우는 이야기이다.엄마는 대학교 때 아빠와 맞선을 보고 졸업하자 마자 결혼해서 직장 생활 경험이 없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에도 사치하지만 않으면 일은 안 해도 된다며 집에만 있었다. P.6눈앞에 손수 준비한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면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식탁에는 동네 슈퍼에서 사 온 로스트비프,샐러드, 샌드위치가 차려져 있었다. 엄마가 만든 음식은 하나도 없었다.P.8창문의 셔터를 내린 방 안은 방치 상태인 가구와 산더미 같은 택배 상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P.12"여기도 언제 큰 지진이 날지 모르니까 비상식량을 사두려고 했어." "일인용 비상식량 세트도 있네. 그것도 열 상자나. 일주일 분량인데 유통기한도 지났어. 왜 안 먹었어? 슈퍼에 가지 말고 이걸 다 먹었어야지."P.13⁴엄마 말로는 지진이 자주 나서 무서웠다고 한다.끼니를 챙길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에 비상식량이나 그 대용이 될 만한 것을 틈틈이 구매해두었던 것이다.P16"내가 나이가 있어서 무거운 상자를 들었다 놨다 못 하잖아. 정리 좀 하고 싶어서".P.18중대한 문제라면 몰라도 아무런 생각 없이 저지른 자산의 행동 때문에 휴일을 반납하고 본가에 와야 하는 자식의 입장도 생각해줬으면 했다.P.21크고 작은 오래된 밀폐 용기들, 오빠와 자신이 사용하던 도시락통. 중고등학생 때 쓰던 것뿐만 아니라 어릴 때 쓰던 도라이몽 그림이 들어간 도시락통까지 남아 있었다.P.24엄마는 음식을 버리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세대인지라 평소에는 당일 먹어치울 음식만을 슈퍼에서 샀을 것이다.그러다 천재지변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비상식량과 유통기한이 긴 식료품을 쟁여놨지만 그만 그 사실조차 잊고 말았다.P28라곰출판사에서 제공된 샘플북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