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막 나를 사랑하게 된 사람처럼 빤히 바라보는 것이다
김민준 지음 / 자화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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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씁니다.
인생에서 지키고 싶은 문장 몇 가지는
분명하게 지니고 있는
애매한 사람입니다
때때로 지나친 공허함에
스스로를 가두어 두지만
소설을 쓰고 있으면
영혼의 목소리가 맑아지는 것 같아서
조금은 더 오래 이 길을 걷고 싶습니다.
소개글에 나온 작가의 글이다.

왜 글을 쓰는지 쓰고 있다는 것이 곧 자신이 가는 길이라고 말하는 작가이다.
시에서도 애매한 사이라는 말이 등장하는데 인생에서 아마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 보낸 것에 대한 그리움과 일상속에서 느끼는 외로움 새벽이면 더 사무치게 느껴지지만 바다에서의 추억이 있어서 행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름다우면서도 밤새 쓴 편지를 아침에 읽어보면 유치해서 보내지 못하고 서랍에 넣어두고 잊고 있다 다시 보게 되면 그 당시의 감정이 되살아나기도 하는데 일상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단어 하나하나가 모여 글이 되고 시가 되고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 작가님을 응원한다.

시속으로
💕간신히 너무 예쁘다
부둥켜안고 사랑해야지
자꾸만 시시해져 가는 나를
열등해지는 나를
희미해져 가는 나를
그대가 잊어버린 나를


💕포옹
마음이 말하지 않으면 녹이 슬곤 하나요
안녕이라는 말은
왜 구태여 멀리에 있는
두 가지 뜻을 다 안고 있는지
간결하게 오직 하나만을 말하고 싶어요

그러니 안아주세요
늦기 전에 나를 안아주세요
마음이 영영 허무해지기 전에
부디 나를 완성해주세요

💕우울과 애도
우리는 가능한 한 외로워야 한다
그 향기, 그 웃음소리, 안개처럼 나를 에워싸는 낮은 음성들
오래오래 떠밀려 오더라도
덧없는 무기력에 숨이 멎지 않으리
사랑의 끝에 있어야 할 것은 진심 어린 애도라고 외친다
우울과 애도는 다르기에
나는 성실히 슬퍼할 것이다

혼자 이 밤을
오래 전, 울다가 부끄러워 눈눌을 훔친 적이 있습니다.오늘은 그 눈물을 마저 흘릴 생각입니다.더눈 외부의 것으로 나를 숨기지 않겠습니다.

💕한바탕 덧없는 일

보이는 것에 보이지 않는 무엇을 느끼고
더는 느껴지지 않은 무엇으로
한없이 우울한 나를 알아버리고 말아
잠은 오는데 눈도 감았는데
이제 그만 쉬고 싶은데

💕서서 잠든 얼굴과 걸으며 꾸는 꿈

스며들지 않고 따로따로 겉돌 때
더 반짝일 수 있는 태도들이 있는 것 같아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위로가 있어
서서 잠든 얼굴과 걸으며 꾸는 꿈
감히 이해할 수 있다고 간주되지 않는
오직 나만의 허공
오늘은 그 단어처럼 살아보고 싶어
가령 오늘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러브레터

일기 같은 편지를 쓴다
참 간만의 경우다
이제는 그 좋다던 쓰는 일이 제법 오랜만에 만난 친구 사이 같다

비밀처럼 어질러진 일기를 펼쳐보며
언젠가의 너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갸우뚱 고개를 기울이며 잠깐 먹먹해질까
창을 두드리는 비라도 될까

문장이 되지 못한 점선들
반송되고 반송되어 더는 오갈 곳이 없는 마음들
그것들을 한데 모아 압축기로 강하게 짓누르면
우리는 마침내 한 곳에서 만나게 될까

출판사에서 제공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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