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아 있다는 것이 봄날 - 제1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 수상 작품집
성백광 외 지음, 김우현 그림, 나태주 해설 / 문학세계사 / 2024년 4월
평점 :
#살아있다는것이봄날
#문학세계사
#성백광외
#해설나태주
#제1회짧은시공모전
#수상작품집
#어르신의재치와유머
세대를 넘나드는 웃음과 감동
60세부터 98세까지 전국 각지에서 투고된 5,800여 편의 응모작 중에서 엄선된 재치와 유머,지혜가 가득한 100편의 짧은 시
한 줄의 시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젊은이들에게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연륜에서 나오는 시들이다. 짧은 시에 인생, 사랑,소녀감성,소년의 모습,재치가 넘친다. 웃다가 울다가 할 수밖에 없다. 앞선 세대를 살아오신 분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꼰대의 모습이 아닌 지혜롭고 행복함이 물씬 풍긴다.
서글픔도 서운한 마음도 세월앞에 장사 없다는 표현도 간략하게 쓰지만 어느 시보다 의미가 큼을 알게 된다.
🌹동행
아내의 닿은 손등을
오긋이 쥐고 걸었다
옛날엔 캠퍼스 커플
지금은 복지관 커플
🌹로맨스 그레이
복지관 댄스 교실
짝궁 손 터치에 발그레 홍당무꽃
🌹아리송해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아리송한 치매약
🌹사랑의 정거장
자식에게 받은 용돈
내 손을 꼬깃꼬깃 거쳐 손자에게로 간다
🌹손주들
손주들이 오면 고맙다
손주들이 가면 더 고맙다
🌹자식
엄마와 맘마 네 글자를 가르치는 데 두 달이 걸렸지,
카톡 보내는 법 좀 알려달라는데
한 철 다 가도록
아직 바쁘다네
🌹틀니
틀에 맞추어 살다 보니 틀니를 끼게 되는구나
틀림없이 매번 씻지만 니코틴이 남는구나
틀어지고 빠진 젊음이었지만 니가 있어 다행이구나
🌹봄날
죽음의 길은 멀고도 가깝다
어머니보다 오래 살아야 하는 나를 돌아본다
아!살아 있다는 것이 봄날
🌹인생은 희망
어제는 저 달이 지고
오늘은 저 달이 뜨고
작년엔 저 꽃이 지고
금년엔 저 꽃이 피고
친구야 저 달과 꽃을 보고 있는가?
우리의 인생도 저 달과 꽃과 같고
우리의 희망도 저 달과 꽃과 같네
🌹커피 주문
아이스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한잔
🌹선물
먼저 주어라
주는 것이 받는 것이다
마음이 그렇다
🌹사진
살며시
입다문 사진보다
활짝 웃는
영정사진이 더 슬프다
🌹노년사우
늙어지니 문방사우보다 노년사우
효자손, 리모콘,진통제,돋보기
🌹어떤 전화
엄마!하와이야, 해피 산책시켰어?
목욕도 시키고 오리고기도 먹였지?
에어컨 이십육 도로 켜주는 거 알지?
어머님!해피에게 신경 좀 써주세요
요즈음 해피 컨디션이 안 좋아요
갑자기 큰소리치면 경기해서 그래요
제 새끼는 낳지 않고 개새끼만 챙기네!
🌹임플란트
손주 보러 서울 간다는
할머니 환한 얼굴에
금빛 꽃나무 한 그루 숨어 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시들이 있을까 싶다.
좋은 시집을 읽게 해 주신 문학세계사 출판사에 감사함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