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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ㅣ 소설, 잇다 1
백신애.최진영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2월
평점 :
'소설, 잇다'는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이 데뷔한 지 한 세기가 지난 지금,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만남을 통해 한국 문학의 근원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기획한 시리즈입니다.
첫 번째 작품으로 백신애와 최진영의 '소설, 잇다'
백신애는 식민지 조선의 구속된 여성들의 삶을 언어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이다.
세 편이 이번에 수록 되었다.
광인수기: 지금 시대에 썼다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소설이다. 남편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참고 또 참고 살아가는 한 여인의 삶. 남편을 위해서 헌신하지만 남편은 그런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운다. 참아야만 하는 비참함을 하느님께 욕을 할수밖에 없는 여자의 광기적인 행동을 잘 묘사했지만 가부장적인 제도하에 그렇게 살았던 식민지 시대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사랑인줄만 알았던 남편의 사랑은 가면과도 같다. 가면을 쓴 남자앞에서 과연 여자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책속으로
우선 나 하나를 돌아보더라도 세상에 제 한 몸만 위하고 제 마음의 자유와 기쁨만을 위한다면 이렇게 미치광이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요.P45
비를 노다지 맞고 가면 모두 나를 미쳤다고 하지 않을까.P53
혼명에서:이혼을 하고 만나게 된 S 우연히 세번을 마주치게 되고 3월 만나자고 약속하지만 2월 마지막 날에 죽음을 알게 된다.만나는 날 자신이 변해 있어야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들여다 보며 S가 내 준 과제를 연구하면 내린 결론은 끝내 전하지 못한다
🌹책속으로
굳은 신념!절대 불굴의 정신!이것은 또 절대의 힘이랍니다.절대의 힘!이것이라야 모든 것을 정복합니다.
당신은 살아서 나에게 '힘'을 가르쳐주었으며 죽어서 나에게 희망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아름다운 노을: 서른 두살의 과부 순희는 아들 하나를 두고 있지만, 장손에게 아들이 없어 아들을 양자로 보내고 친정에서는 외동이라 재혼을 해야하는 처지이다.친정부모님은 의사인 성규를 사윗감으로 보지만 순희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성규와 만난 자리에 나온 소년이 마음에 든다. 자신의 이상형이라 생각하지만 성규 동생이고 아들보다 세살 위이다. 서로의 감정을 알지만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최면을 걸지만 더 깊게 다가온다. 어떻게 그 식민지 시대에서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게 놀랐기만 합니다.
🌹책속으로
내가 나이 많은 것을 잊고 그가 어린애처럼 보이려 애쓰지 않는 그런 순간이 올 것만 같아 나는 가슴을 괴롭게 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 생각마저 즐거운 것이었어요.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아름다운 노을에서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상황은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조금 다르게 만들어졌다.
순희는 40대 이혼녀로 딸 하나를 키우며 직장을 다닌다. 홀로 자식을 키운다는 것이 쉽지 않고 외로운 날들을 보낸다. 퇴근길에 들린 편의점에서 휴학을 하고 취직을 위해 스펙을 쌓으려고 노력중인 비정규 알바생 20대 정규를 만난다. 정규는 첫 만남에서 순희가 20대일때 무엇을 했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가 궁금해진다.
펍에서 다시 재회한 순희와 정규는 많은 이야기를 한다. 힘들게 살아가는 40대와 더 힘들게 살아가야하는 20대 취준생 서로에게서 동질감을 느낀다. 동성이지만 보통의 관계를 뛰어넘는다는 이야기다.
🌹책속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보고 웃는 것. 비슷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것. 나에게 기쁜 마음을, 심심한 마음을, 힘든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 그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을, 외롭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망하고 계속 망할 뿐이라는 평범한 삶을 기꺼이 살아갈 수 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