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 - 애정으로 바라봐준 두 사람, 씩씩한 친정엄마와 시대보다 앞선 시아버지 이야기
배지영 지음 / 책나물 / 2021년 10월
평점 :
엄마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된 나에게는 책을 읽는 동안 엄마와의 추억을 생각하고 그리움을 더듬어 보는 시간이었다. 엄마란 다 그런가보다 자식을 위해서는 뭐든 하는 그런 존재 엄마도 나의 울타리였다. 이젠 엄마의 빈자리가 시간이 갈수록 더 크고 그리움은 더해간다.친정아버지가 지영의 아버지랑 닮았다. 엄마가 일군 재산을 아버지가 보증으로 다 날리셨다. 아버지는 엄마가 아프시면 팥죽을 쑤어주시고 밥을 해주셨다. 아버지가 해 주시던 감자볶음이 먹고 싶다.
시아버지는 내게 너무도 벅찬 대상이었다. 지영의 아버지와는 정반대였다. 평생 당신 손으로 밥상을 차려드신 적도 없고 마음에 안들면 밥상은 공중부양을 하고 늘 폭력과 언쟁으로 힘들게 하시고 떠나셨다. 책을 읽는 동안 또 다른 시아버지의 모습에 꿈꾸었던 로망의 시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에 부럽기만 했다. 이젠 떠나신 시아버지가 원망이 아닌 그리움이다.
내게는 엄마도 아버지도 모두 떠나시고 안 계신다. 책으로 잠시 엄마와 아버지를 추억하는 시간이어서 감사할 뿐이다.
우리 엄마는 음식 앞에서 아내도, 엄마도 아닌, 오로지 '자연인 조금자'로만 존재한다. 당당하며 거침없이 먹는다. 엄마 어릴 때 외가는 일꾼을 몇 사람이나 두고 농사지었다. 음식 인심이 후한 집이었다 많이 대접해보고, 다양하게 먹어봄 엄마는 요리할 때 특히 손이 크다.P79
나이 들어서도 자기 힘으로 먹고사는 어르신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젊은 시절처럼, 자식들한테 뭔가 해줄 수 있어서 행복해한다. P101
영원히 못 배울 것 같던 카톡을 익혀서 딸들에게 보내눈 사람, 지금 이 순간이 최고로 좋다고 표현하는 사람, 자신을 위해서 걷는 사람이다.P112
사람은 죽으면 그만이다. 살아 있을 때 잘 살아야지, 다 필요 없다. 내 제사는 참말로 안 지내도 그만이여.P135
아버지를 보면, 대개 첫눈에 반한다. 나도 맨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나던 날이 생생하다. 아버지는 부엌에서 음식을 하고 계시다가 나를 보고 웃으면서 "야야, 우리는 이렇게 산다"고 했다. 내 결혼식에 온 친구들도 아버지가 노래하면서 웃는 모습을 아직까지 기억한다.
아버지는 모든 일을 허허 웃으면서
시작한다.P162
나는 남편이 아버지한테 듣고 싶어 한 말이 무엇인지 짐작했다."그리여.걱정허들 말어." 나보다 훨씬 크고 어깨가 넓은 남편 어깨에 팔을 올리고는 최대한 아버지 음성을 살려서 말했다.P189
출판사에서 제공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