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사람 - 개정보급판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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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의 한 장편을 보고 소설이 탄생됐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다. 연중 내내 거친 바람이 불어오는 저 황량한 고원에서 살아가는 노인의 눈빛이 어찌 이리 명경처럼 맑은가. 친구 가족도 없이 뜨거운 햇살과 바람에 삭이가는 작은 오두막에서 홀로 살아가는 노인이 어째서 이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이런 의문에서 시작된 소설이다.

남미 파타고니아의 고원지대, 압도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신의 현현처럼 느껴지는 그것에서 바람을 만드는 존재 '웨나'에 대한 전설을 들은 한 소년이 그의 실체를 찾아 평생을 떠도는 이야기. 내가 주인공 네레오 고르소의 인생을 연민과 긴장속에서 따라가야 했고 또 그 장중한 행로가 마감될 때는 마치 내 남은 삶을 당겨 살아버린 것처럼 먹먹한 피로감을 느낀 것은 나 역시 '웨나'를 그러니까 생의 궁극적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찾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소설은 감동적으로 알려준다. 누구도 답을 알지 못하는 질문은 그것을 간절하게 묻는 것만으로도 인생을 조금은 달라지게 한다는 것을.

현실의 한계를 넘어서는 용기를 주는 소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크나큰 변화였다. 이제 판단하고 결정할 때 주저하고 두려할 필요가 없었다.
설령 그 결정이 잘못 되어도 얼마든지 수정하고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었 때문이었다.이처럼 누구나 나의 실수와 허물을 이해하고 감싸준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움 일이었다.

우리의 행복은 저 황량한 들판에 피어난 한 떨기 야생화였다. 우리가 간절하게 찾고 있는 행복을 이렇듯 너무도 짧고 허망한 도취였다. 우리는 앞서간 자들에게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하고 범속한 일상에 떠밀려 가고 있었다.

남들이 갖지 못한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원초적인 욕망의 실현이었다. 그런데 일 년 내내 바람이 불어오는 고원에서 양을 키우며 살아가는 가우초들은 그런 소유의 욕망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었다. 그 어떤 욕망도 충족하지 못한 채로 홀로 쓸쓸하게 살아가는 저들의 삶의 방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책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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