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박물관
오가와 요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침묵 박물관
오가와요코
이윤정옮김
작가정신

잊힌 세계의 끝, 그곳에서 당신을 기다릴 생의 보관소
살아 있었다는 단 한 가지 증거, 그 증거를 고요히 감싸 아는 침묵 박물관이 열린다.

내가 생을 마감하고 났을 때 과연 어떤 물건으로 날 기억해 줄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을 하게 한다. 삶에 있어서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지를 나에게 물어보았다. 책을 읽는 날 기억할까 아님 음식으로 기억할까 내 몫은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것뿐이다. 어떻게 기억할 지는 남은 사람들의 몫으로 남기고 싶을뿐이다.
과연 어떤 유품을 남기고 갈 것인지는 한번 쯤 생각 볼 만하다.

고즈넉한 마을, 나는 한 노파가 세운다는 박물관의 기사로 일하기 위해 여행용 가방 하나만을 들고 이 곳에 왔다. 평범하고 소소한 박물관을 예상한 것과는 달리 노파가 내민 것은 그간 마을에서 죽은 사람들의 유품이다. 미신을 신봉하는 노파의 지시 아래 노파의 양딸인 어린 소녀, 그리고 저택을 관리하는 친절한 정원사와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작업에 빠져든다. 중요한 것은 마을에서 죽은 사람의 유품을 수집하는 것이다. 오로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집해야만 하는 것이다. 처음은 두려움과 공포에 떨었지만 그 다음은 오로지 죽은 자의 유품을 수집하는데만 몰입하게 된다. 마을에서 의문의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박물관은 확장된다.서로를 의심하면서 한편으론 외면하면서 박물관은 완성된다.

내가 찾는 건 그 육체가 틀림없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가장 생생하고 충실하게 기억하는 물건이야. 그게 없으면 살아온 세월이 송두리째 무너져 버리는 그 무엇, 죽음의 완결을 영원히 저지할 수 있는 그 무엇이지. 추억 같은 감상적인 감정과는 관계없어. P47

유품들이 가진 시간과 기억이 교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어떤 통일된 공기를 만들어냈다.P88

아무리 하찮은 유품이라도 경외심을 갖고 가슴에 품으려는 겸허함이 없으면 박물관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아. P90

미래를 알고 싶으면 귀를 막아보라고, 그러면 먼 미래에 있는 자기 내면의 목소리가 들린대요. P117

유품은 그 사람이 살아 있었다는 증거가 되는 물건인데, 왠지 사후 세계에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과거를 가둬놓은 상자가 아니라 미래를 투영하는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어. P119

박물관은 박물관만의 세계가 있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입구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걸로 만족해.P127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고, 그리고 가치가 있어.P143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 있다는 그 박물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침묵 박물관처럼 사람들로부터 잊힌 세계의 끝에 조용히 서 있을 것이다. P303

장례식은 비슷비슷했다. 장례식장 분위기도 비슷했고 유족들의 울음소리도 비슷했다. 그러나 유품은 놀랄 만큼 모두 달랐다. 거칠거니 왜소하거나 신비로웠다. 수집 현장의 풍경도 제각각이었다.P306

작가정신에서 제공하는 책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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