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픈 엑시트 - 불평등의 미래, 케이지에서 빠져나오기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5월
평점 :
#도서협찬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불평등 구조를 ‘소셜 케이지’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소셜 케이지는 한 인간이 특정 사회적 관계나 집단, 조직 등에서 탈출하고자 할 때 이를 좌절하게 하는 심리-제도-환경적 장벽을 말한다. 저자는 개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엑시트 옵션’의 확대를 통해, 이러한 불평등 구조를 벗어날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저자는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세대, 성별, 지역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심화한 불평등 구조의 원인을 ‘동아시아 협업 문화와 폐쇄성이 짙은 커뮤니티’에서 찾는다. 더불어 훗날 인공지능, 저출생, 이민 등 새로운 시대적 변화를 맞이하게 되면, 그 기존의 장벽이 더욱 견고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
이 책의 흥미로운 부분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단순히 소득 격차(경제 측면)가 아닌, 개인의 ‘이동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개인이 한 조직이나 사회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 다양한 탈출구(엑시트)가 마련되어야 함을 책에서 강조한다. 이는 기존의 공정 담론(능력에 따른 보상)이나 복지 논의(소득 재분배)와는 또 다른 결의 신선한 문제의식으로,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
특히, 저자가 한국의 불평등 뿌리를 벼(쌀)농사 체제에서 찾았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고 신선했다. 벼농사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물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의 긴밀한 협업과 위계질서가 필요하다. 따라서, 위계적이고 집단 중심적인 사회문화가 형성되었고, 이는 현대 한국 사회의 폐쇄성, 집단주의, 그리고 불평등 구조의 기원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밀농사 사회는 벼농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인의 자율성이 크고, 협업보다는 개인이나 소규모 가족 단위의 노동이 중심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밀농사 사회였던 서구 사회는 개인주의적이고 개방적인 사회구조가 발달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현재 한국 사회에 여전히 벼농사 체제의 집단주의 규범과 위계질서가 뿌리 깊이 남아 있어, 개인의 자유로운 이동(엑시트)과 다양성 수용이 어렵다고 파악한다. 나아가 그는 이러한 벼농사 체제에서 비롯된 룰이 더는 현대 사회에 적합하지 않으며,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 책에서 주장하는 바이다.
그러나 엑시트 옵션 확대에 대한 현실성에 아쉬움도 함께 떠오를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 벼농사 문화에서 비롯한 한국 사회의 굳은 학벌주의, 폐쇄성 높은 노동시장, 지역 장벽 등의 문제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굳건한 난제이다.
따라서 그러한 요소를 포함하여 포괄적으로 고려했을 때…, 단지 제도의 개혁만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이동이 유연하게 가능할지 회의가 들었다. 더불어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다소 추상적인 느낌이기에, 실질적 실행 전략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래의 한국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중요하고 핵심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불평등 해소의 해법을 ‘엑시트’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저자의 통찰이 여러모로 인상 깊었던 책이었다.
*** 추천합니다 ***
한국 사회 불평등, 세대 격차, 사회 구조 변화에 관심 있다.
인공지능, 저출생&고령화, 이민 등 새로운 사회적 변화가 어떤 불평등을 만드는지 궁금하다.
직장, 조직, 사회에서 ‘탈출구’(exit option) 또는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