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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던히 고요해지고 싶어
이정영 지음 / 북스고 / 2024년 12월
평점 :
. 빛나는 모습으로 화려한 곳에서, 시끌벅적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있는 것을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한 여름의 더위도 무색해지고,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거리를 거니는 것이 좋았던 시절을 지나고 나면 평온하고 조금은 지루한 일상이 좋은 때가 온다.
단순히 나이를 먹어서가 아닌, 많은 사람들과 경험들을 거치며 내 안의 균형을 찾아가는 시기가 바로 그때다.
새로운 계절이 시작할 때면 지난 계절의 마지막을 알리는 비가 온다. 그 비가 오고나면 빛도 공기도 바람도 바뀐다. 지나간 계절에 대한 미련은 비와 함께 쓸려 내려간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폭풍우같은 난관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평온해지고 그동안 성숙해진 마음으로 덤덤해진다. 그때가 오면 덤덤해진 만큼 마음도 넉넉해지고 조금은 부족한 것도 다 괜찮아보인다.
우리는 모두 그런 과정들을 지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조금씩 더 어른이 되어간다.
저자의 삶도 그랬나보다.
있는 그대로의 것들을 좋아하게 되고 안온한 하루를 보냈음에 감사할 수 있는 그런 때가 되었나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유달리 거리와 풍경사진이 많다. 근사하고 아름다운 풍경도 있지만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길거리, 사람냄새 물씬 나는 작은 가게들, 고양이, 할머니, 빨래처럼 소박한 아름다움을 가진 것들이다. 세상을 넓게 바라보며 여유로움과 바로 그 여유로움이 깃든 사람들로 한가득 채워진 삶이다.
세상은 뛰어남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책을 보다보면 꼭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작고, 소소하고, 따분할 만큼 고요한 삶이 가장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계속 이야기해준다.
어제가 오늘같고, 오늘이 내일 같아도 된다.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어도 된다.
다 된다.
그저 '누군가의 별일없냐는 물음에 마냥 별일없다고 대답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된다. 그것이 가장 축복같은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