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라는 산 - 개정판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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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라는 '산' 크게 공감한다. 몇년 전, 내가 바로 그림책이라는 산을 넘지 못하고 하산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그림책 수업에 발을 들였었다.
상상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던 적성에 맞는 데다 아이들을 키우며 각종 그림책들을 섭렵하던 시기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유일한 걱정은 그림에 재주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글 작가와 그림작가가 다른 경우도 많아서 나는 그저 글만 잘 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그림책의 '그림' 은 또 다른 글이었다.

그림책의 글은 시 보다 더 섬세하고 함축적이다. 단어 하나, 음절 하나 심지어 쉼표와 마침표도 모두 의미가 있다.
그 섬세한 글과 그림이 하나가 되어야 작가가 의도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머릿속에 모든 그림들이 형상화되어 있어야 한다. 구석진 곳의 어느 하나 빠짐없이, 캐릭터의 위치와 표정, 움직임, 배경들의 색감, 붓놀림, 재료까지 모두가 하모니를 이룰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글과 그림의 작가가 서로 다른 경우, 의견조율이 굉장히 힘들다.
우리가 보는 유명한 그림책들은 모두 그 과정을 거치고 완성되었고, 완성도가 높을수록 명작이 된다.

이 책의 저자도 바로 그 산을 느꼈다.
<지각대장 존>과 <100만번 산 고양이> 를 본 강렬함으로 그림책의 세계에 입문했고, 그림책 공모전 준비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극소수를 제외하면, 작가라는 직업은 예나 지금이나 배고프고 고뇌해야 하는 일이다. 열정만으로 최고의 작품이 탄생하지도 않고, 설사 만족스런 작품이 나왔다 해도 대중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저자의 기대와 열망, 그 안에 쌓인 좌절과 슬픔을 나는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저자는 멈추지 않고 계속 한다. 이 길에서 이탈하고 싶지 않다. 산 오르기가 힘들면 잠시 쉬면 된다. 그것도 힘들면 내려 갔다가 체력을 비축하고 다시 오르면 된다.
누군가는 왜 그리 바보같이 사냐고 할 지도 모른다.그러나 글쟁이들에게는 근거없지만 믿음은 있다.
그 산은 어디가지 않고 늘 그 자리에 있을거라는 것을! 그리고 정확히 언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그 산의 정상에 내가 가 있을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고정순 작가님,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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