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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신 - 토크계의 전설 래리 킹에게 배우는 말하기의 모든 것
래리 킹 지음, 강서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이제는 말하기의 시대다.




한 미국 방송인의 입담이 재조명되다



최근 국내 한 금융회사의 TV 광고가 미국 토크계의 전설로 불리는 래리킹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가운데 잇따라 출간된 그의 저서 <대화의 신> 또한 그 여세를 몰아 베스트셀러 대열에 진입하며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실 그의 대담 프로를 시청한 경험이 전무한 나의 경우 짧은 광고 속에서도 빛을 발한 그의 남다른 기지에 흥미를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래리킹이란 인물이 토크계의 전설로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유를 납득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걸출한 재담꾼으로서 래리킹의 자취를 더 많이 엿보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언변가로 손꼽히는 유명 인사들의 스토리를 통해 인생에서 성공하는 대화의 법칙들을 끄집어 내는 데 더 초점을 맞춘 듯 보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실 < How to talk to anyone, anytime, anywhere: the secrets of good communication (1995) > (누구와 언제 어디서든 대화하는 법: 훌륭한 의사소통의 비밀)이라는 원제에 딱 들어맞는 내용 구성이었음에도 국내에서 바뀌어 달린 <대화의 신>이라는 제목이 왠지 래리킹의 스토리를 더 기대하게 만든 탓에 오는 아쉬움이었다고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책 속에 거론되는 인물들이 대부분 우리와 친숙하지 않은 인물인 까닭에 공감도가 약해지는 곳도 있지만 인물적인 부분은 가볍게 제쳐두어도 내용의 흐름이나 이해를 크게 해치지는 않았다고 위안을 삼을 수밖에.




말하기 능력, 우리에게 시급한 문제인가



스피킹 능력을 중시하는 미국은 토론과 발표 등의 말하기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기에 말하기에 거부감이 없을 것 같은 미국인들이지만 실제로는 그들도 대중 앞에 서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 굉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물며 읽고 쓰는 문화가 지배적인 우리나라의 경우는 오죽할까. 대중연설까지는 아니어도 낯선 이와의 가벼운 대화조차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태반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실 근래에서야 말하기 능력이 사회 다방면에서 중요한 요건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독서에 열중하던 선조의 피를 이어받은 우리에게 서양의 토론이나 말하기 문화 자체가 실은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초의식 독서법>에서는  「 서양인들의 토론 독서법이 동양인, 특히 한국인에게도 같은 효과를 보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겉모양만 흉내 내는 일은 어리석다. (김병완 저, 126쪽) 」 고 일축하는데, 그의 말처럼 한국인의 태생적 특징이 본래 말하기와 맞지 않는다 할지라도 오늘날 글로벌 시대의 도래가 우리에게 말하기 자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체질 개선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막힌 일도 쉽게 풀리는 결정적 대화법



대화 상대가 누구이든, 심지어 대통령처럼 위압감을 주는 상대일지라도 주눅 들지 않고 대화하는 법, 그리고 낯선 모임이나 장소에서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지 않도록 도와줄 대화의 법칙들은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것보다 눈밭에 맨발로 서 있기를 선택하는 게 차라리 속 편한 나 같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대중 앞에 나서거나 낯선 이에게 말을 걸기 힘든 사람들에게 우선되어야 할 처방은 물론 말하기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일 것이다. 말을 잘 하건 못 하건 간에 입을 떼는 일이 우선일 테니 말이다. 두려움의 근원이 나의 대화 실력 때문이라면 연습을 통해 얼마든 개선할 수 있으며 나를 주눅 들게 하는 상대 때문이라면 그 또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할 것, 그리고 질문을 잘 할 것."


그는 내 얘기가 주가 되지 않고 상대가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경청하고 좋은 질문을 던짐으로써 얼마든지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인터뷰어의 자질을 갖추었던 래리킹



책을 덮은 후 래리킹의 비디오를 찾아볼 심산으로 동영상 사이트를 뒤지다가 '서울 디지털 포럼'에 참석한 래리킹의 연설을 마주치게 되었다. 나는 그때야 비로소 그가 왜 토크계의 전설로 추앙을 받는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책 속의 문장을 그의 입을 통해 다시 듣는 반가움도 있었다. 책에도 언급된 부분이지만 연설 말미의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발언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TV에서 말할 수 없었던 그의 신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의 의견이 개입되면 인터뷰하는 사람과 방송에 영향을 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고 답한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보다 인터뷰이의 말을 경청함으로 그들의 마음을 얻었고 상대의 특이점을 잘 잡아내 누구도 할 수 없던 질문을 던질 수 있었기에 뉴스가 될 만한 의외의 솔직한 발언까지도 이끌어낼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그를 전설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 2011 서울 디지털 포럼


전반에 짤막하게 래리킹의 전설적 행보를 편집한 영상물이 상영되고,

후엔 미디어에 종사하는 영향력 있는 인물로 초청된 래리킹이 퀘스천 카드를 기본으로 스피치를 하고 있다.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루지는 않았지만 토크계의 대부인만큼 그의 흡인력 있는 스피치가 볼 만하다.

책에서 마주친 문장들이나 정보들이 간간이 언급되어 연결성 있는 비디오다. 





말하기 능력이 화두가 되는 만큼 간과되어선 안 될 부분, 경청의 자세



나는 영어 강사라는 직업적인 특성 때문에 십수 년을 말로 밥을 벌어먹었지만 강단 밖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낯선 이와는 눈을 마주치기조차 두려웠고 말재간도 없었으며 수다를 전혀 즐기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똘똘한 눈으로 무엇이든 듣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학생들 앞에선 스스로도 몰랐던 숨겨진 기지가 한껏 발휘되었으니 나의 생활은 학원 안과 밖으로 철저히 구별되어 가히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동거나 다름이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밖에선 한없이 어리숙하고 말주변 없는 내가 강의실 안에선 재미있게 말 잘하는 사람으로 돌변하는 것이 나의 강의 실력이 본래 뛰어나서였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을 가졌기에 티칭 능력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내 강의 실력이 타고났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강의를 재미있게 만들어준 것은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열린 마음과 귀, 그리고 진심 어린 공감 때문이었다.


SNS의 파급으로 인스턴트 글쓰기가 유행하고 글쓰기 요령을 다룬 책의 출간이 유행처럼 번지는 시대이다. 좀 더 지적인 이미지를 위해서, 좀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너도 나도 글쓰기 요령을 익히기에 심취해 부지런히 글을 쓰며 많은 이들이 자신의 글을 읽어주기 원하는 한편 타인의 글에는 자신이 받고 싶은 만큼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또한 이 시대의 안타까운 단면이다. 글쓰기에서 말하기로 시대의 화두가 옮겨진다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말하기 뿐만 아니라 경청하는 자세도 함께 요구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경청의 자세야말로 훌륭한 대화와, 훌륭한 연설, 가슴 뜨거운 공감을 이끌어내는 발단이자 서로의 신뢰를 공고히 하는 원천이기 때문이다.





 래리킹의 인생 역전, 그리고 우리에게 말하기란



래리킹은 자신을 종종 브루클린 출신의 유대인이라고 소개한다. 더욱 놀랄 만한 것은 간단한 검색 만으로 쏟아져 나오는 그의 남다른 이력들이다. 대학 교육을 받지 못 했고 우체국 직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한 것은 그렇다고 치자. 여덟 번의 결혼은 일곱 번의 이혼과 한 번의 결혼 무효로 끝이 났고 절도 혐의로 체포되고 파산 선고를 받으며 평탄치 않은 인생을 살았던 이가 CNN의 대표 대담 프로그램을 25년간 성공적으로 진행해 기네스북에 오른 인물과 동일인이라니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그의 인생 역전의 비밀이 타고난 목소리와 화술 때문이란 것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의 분야에 있어서 현재 너무도 완벽해 보이는 그도 한때는 실수를 밥 먹듯 저지르며 남몰래 연습을 반복하던 애송이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커다란 열정만큼 그의 말에도 차츰 힘이 덧붙기 시작했다.


말 잘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고, 성공한 사람 가운데 말을 못 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언변이 없는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논리가 생기게 된다. 우리가 말하기에 타고난 재주 없이도 특별히 불편함 없이 살아왔고 대중 연설을 할 기회도 평생 없을지 모르지만 사람과 사람이 얽혀 사는 세상에서 서로 공감하며 마음을 나누고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좀 더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말하기가 단순히 입신과 양명의 요령이나 수단이 되지 않고, 관계의 기초이자 진심을 나누는 쓸모 있는 도구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원제 

How to talk to anyone, anytime, anywhere : the secrets of good communication (October 24, 1995) 

Publisher: Three Rivers Press; Reprint edition (October 24, 1995) 

 

 

북 트레일러

 

 

 

 

 

 알라딘 공식 신간 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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