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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완의 초의식 독서법 - 인생을 바꾸는 독서혁명 프로젝트
김병완 지음 / 아템포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을 풍요롭게 할 이 시대 궁극의 독서법
문득 조선시대 선비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가정에는 무책임하고 무능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전에 어떤 책에 푹 빠져 문장들을 적어나가며 읽다가 책 한 권을 모조리 필사해버린 적이 있다. 당연히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는 평소의 배가 걸렸지만 그럼에도 앉은 자리에서 꼼짝 않고 한 권을 다 읽어냈다. 아니, 한 문장 한 문장 가슴에 새겨 넣었다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하지만 그날은 마음 든든한 건 든든한 거고, 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 않고 종일 농땡이를 친 까닭에 허술한 반찬으로 저녁상을 차려내며 내내 신랑에게 미안한 날이었다. 책이 무어라고 그토록 미칠 수 있는지, 이제 와 새삼 느끼지만 우리 선조들은 몰입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독서를 생활의 전부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책을 볼 수 없는 밤이나 이동 중에도 반복해 읽기 위해 책의 내용을 암기했을 정도로 책 속의 가르침을 경외하며 세계적으로 뛰어난 독서 습관을 가졌던 선조의 후손인 우리들은 그러나, 필요한 지식과 정보만 빠르게 골라 취하는 어리석은 독서를 독서라 자부하며 그렇게 스쳐간 책의 수효로 고개를 치켜세우기 위해 경쟁하듯 책을 펼치고 당연한 듯이 망각해 버리기를 반복한다. 이러한 독서에서 '잠시 멈춰 생각하며 끊임없이 의식을 확장하는 행위'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일찍이 진정한 독서 고수들은 스치고 사라져 남아있지 않는 문장들을 안타까워하며 기록으로 남기는 독서를 해왔다. 읽는 행위를 잠시 멈추고, 쓰는 과정을 통해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초서법은 단순히 문장을 베껴 쓰는 것이 아닌, 많이 생각하게 하는 독서법이었다. 의식 독서법은 단순히 의식을 집중해서 읽는 독서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독서이며 '평생 독서'를 당연히 여기고 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책을 읽는 행위를 지칭한다. 이 책의 제목은 이렇게 가장 훌륭하다 여겨지는 우리 선조의 독서법을 모아 (초서 독서법과 의식 독서법을 합쳐) <초의식 독서법>이 되었다. 생각은 죽고 행위만 남은 독서가 만연한 오늘날의 독서법에 일침을 가하며 선조의 지혜와 저자 자신의 경험을 잘 배합해 궁극의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초록 (抄錄 : 필요한 부분만을 뽑아서 적음. 또는 그런 기록) 의 아름다운 어감만큼이나 아름다운 문장들이 오롯이 남아 의식과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거라 믿으며 오늘도 나는 초록한다.
책 속 밑줄 긋기
어떤 사람은 지성과 교양이 아주 높을 뿐 아니라 매우 해박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글을 쓸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 ... 그가 글을 쓸 줄 모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건 독서할 줄 모른다는 얘기다. (127-128쪽)
도서관에서 수많은 책을 읽으면 세계 최고의 의식 수준을 가진 이들을 자신의 인맥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더 좋은 점은 원할 때마다 그 책들을 보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들과 만남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149쪽)
철학자 중 누군가가 "탁월함은 습관의 결과"라는 멋진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탁월함은 눈에 보이는 행동들의 반복인 습관의 결과인 동시에 잠재의식의 결과이기도 하다. 오히려 반복된 행동을 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잠재의식일 수 있다. 잠재된 의식에 의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계속 반복하게 되기 때문이다. (161-162쪽)
책을 처음 읽을 때는 반드시 책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 그러기 위해서는 반복해서 읽고 사색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깨달음이 생기면 그 책을 뛰어넘어야 한다 ... 그렇지 않으면 그 책이 주장하는 한정된 의식과 정신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갇히게 된다. 어떤 책을 읽어도 그 책이 주장하는 바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228-2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