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이 좋아지는 작은 살림 - 버리고 비우고 정리하는 단순한 살림의 기술
오하라 쇼코 지음, 김수연 옮김 / 소란(케이앤피북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하라 쇼코 <집안일이 좋아지는 작은 살림>

-가사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당신을 위해 오하라 쇼코가 그녀만의 행복한 살림 법을 전수해 줍니다.

 

 

건널목 하나를 사이에 둔 집 앞 서점은 굳이 찾을 이유가 없어도 나온 김에 발길 주지 않으면 아쉬운 곳, 냉장고 문을 여닫는 횟수만큼이나 빈번히 기웃대는 장소이다.

동네 서점이라지만 국내 최대 대형서점인지라 보물들이 즐비한 장소로 향하는 길은 근심마저 눈 녹듯 사라지는 천국의 길이다.

사방의 벽장에서, 그리고 발길에 차이듯 진동하며 이곳저곳에서 몸을 휘감아 올라오는 책 냄새는 적어도 내겐 향기 테라피 이상의 무언가가 있음에 분명하다.

그리고 저 높은 곳에서 나를 굽어보시는 그분은 말하지 않아도 나의 필요를 아시고 먼지만 폴폴대는 낮고 깊숙한 자리에 묻힌 보물을 쉬이 발견할 수 있게 발길을 인도하신다.

 

늘 그렇듯 이 책 또한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손에 넣은 나만의 '맞춤 책'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8월 초판으로 신간 중에도 가장 따끈따끈한 녀석인데 찾기 힘든 구석에 딱 한 권만 비치돼 있는 것이 이상했다.

구입해 읽은 지는 시간이 좀 흘렀는데 아마 출간 월인 8월에 구매했던 것 같다. 

하긴, 지역 도서관 사이트를 유랑하다 1개월 이내에 업데이트된 신간 목록을 뽑으며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리스트에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 출간 18개월 이내라는 보통 신간의 개념과 도서관에서 말하는 신간의 개념이 같은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초판 년도가 오래된 책도 신간 목록에 있는 걸 본 기억이 있어서 혼란스러웠으나 누굴 붙잡고 물어볼 수도 없는 지경이니.)

세상에 읽을 책이 이렇게 많고 배울 것이 이렇게 많구나 하는 기쁨 뒤로 애써 찾지 않으면 출생 사실조차 알 길 없이 조용히 사라지는 책들도 많겠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함이 한 편으로 몰려왔다.  

 

각설하고, 파워 블로거들이 쓴 살림 책은 항상 명당에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여러 번 들춰봤지만 많이 알려져 익숙한 요령들에 돌고 도는 정보를 짜깁기한 것 이상으로는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 그런 느낌은 요리책 장르가 가장 많이 주고 있어 가까이 요리 카페 이곳저곳에서 주부들의 볼멘소리를 자주 듣곤 한다.)   

안 그래도 가사에 지친 내게 절실했던 건 로봇처럼 더 칼같이, 쉬지 않고 더 부지런히 집안일을 하라는 재촉이나, 자기 자랑이 아니었다.

부지런히 몸을 놀림에도 끝이 없는 집안 일과 이젠 정말 노동 ( 게다가 휴일도 없고 임금도 없는 ) 이 되어버린 살림에 하루가 지옥처럼 느껴졌던 시기였기에 이 책의 짤막한 구절이 단번에 내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읽어나가다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행복한 감정에 그 길로 계산을 하고 카페에 들고 들어가 읽기를 마쳤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애증의 장소 주방.

오랜 시간 머물기에 일이 좀 더 효율적이면서 편했으면 좋겠고, 인테리어와 식기들이 깨끗하면서도 편안한 기운을 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늘 있기에 수시로 치우고 정리하며 작은 가구나 소품의 위치도 수시로 바꾸고 한시도 가만히 두질 않는 공간이 바로 주방이다.  

그렇다고 정리하는 데 기운을 다 빼서 힘이 드는 건 결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말끔해진 주방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고 위로받는 느낌이 든달까.

좋아하는 찻잎들을 말리고, 찻잎을 담은 유리병을 진열하고, 그 앞에 사기로 된 작은 티포트를 두고, 예쁜 찻잔과 헝겊을 박아 직접 만든 냅킨을 가지런히 두고... 

나를 고달프게 하는 장소를 어찌하면 사랑스러운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움직인다.

그래도 죽을 때까지 끊을 수 없는 걱정거리는 여전히 남아있겠지만.  바로 '뭐 해 먹나' , '어떻게 해 먹나' 하는 고민 말이다.

차려주는 밥을 먹는 식구들은 뚝딱 만들어낸 음식들이 그냥 쉽게 나오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야채 한 단을 사 들고 와도 다듬고 씻고 데쳐 소분해 저장하기까지 일거리가 한가득이다.

그렇다고 외식을 하자니 물가도 비싸지만 바깥 음식을 믿고 마음 편히 먹지 못 하는 성격이라 결국은 내 손으로 만들고 만다. 정말 늪이다.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 한 구절, '노동이 아닌 놀이를 하는 공간, 주방'

마치 누군가 나를 꿰뚫어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통상 가사라 하면 요리, 청소, 세탁이 큰 카테고리에 들어가지만 모든 범주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공통된 기본은 바로 수납이었다.  

또 하나, 오하라 쇼코의 재미있는 살림 비결은 바로 '비우는 살림'이었다.  주방도구와 식기도 최소한으로 정리하고 주방을 더럽히지 않는 쾌적하고 간단한 요리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요리연구가란 직업에 맞지 않아 보이지만 그녀는 요리는 최대한 간단히, 그리고 하루에 딱 한 번만 한다는 수칙을 정해두고 있다.

 

 

 

 

 

 

사진이라 색감을 온전히 잡아내지 못 한 것 같아 보이지만 코발트블루 내지는 보랏빛이 도는 블루로 물들인 듯한 그녀의 주방이 아름답다.

실용성을 따져 선반 하나를 올리는 데도 정확한 이유를 두었고 싱크와 타일, 바닥의 재질까지 어느 하나 그냥 선택한 것이 없을 정도로 세심하게 집을 짓는 과정에 참여했을 그녀.

좁은 집이지만 가사의 편의와 나이를 고려한 안전성까지 꼼꼼히 따져 구석구석 그녀의 취향과 감각을 불어넣었다.

  

그녀의 책을 읽은 후로 잘 활용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페이스 타월 (두께가 얇은 세안용 타월)이다.

얇은 페이스 타월만으로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관리하는 비법은 정말 간단하지만 최고의 노하우라 할 만하다.

프라이팬을 사용하지 않아 기름이 튀지 않는 냄비요리법도 잘 활용하고 있는데 설거지 후에도 한참을 해야 하는 뒤처리가 한결 빨라졌다.

요리와 청소가 이렇게 쉽고 간단해질 수 있다니.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진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이 ( 하다못해 옷장의 옷을 버리는 일까지 ) 모두 쉬워졌다.

두 시간씩 하던 지긋지긋한 화장실 청소도 평소 씻으면서 바로바로 관리하는 방법을 사용해, 주 1회 대청소도 눈 깜짝할 새 끝낼 수 있게 되었을 때는 감격의 눈물이 흐를 지경이었다.

멸치육수를 곰탕 냄비 한가득 끓여 잔뜩 만들어 두었다가 일주일 안에 다 쓰라 말하는 우리나라 여자들의 살림 법과 다르게 육수를 절대 만들어두지 말라 말하는 그녀의 말에 손을 들어준다. 나 또한 육수를 미리 만들지 않고 그때그때 만들어 사용했는데 그것도 얼마 전부터는 육수용 멸치를 우려내는 과정도 과감히 생략하고 멸치를 갈아서 조미료 대신 넣어주고 있다. 혹은 아주 오래전에 육수 내기 싫을 때 사용한 방법이지만 멸치 액젓을 조금 넣어주는 것도 훌륭한 대안이다. 그저 자꾸 해보니 생겨나는 요령이었는데 한국 음식엔 어차피 간을 해야 하니 소금의 깔끔한 짠맛과 간장의 달 착하고 구수한 짠맛, 그리고 멸치육수를 대신할 수 있는 바다 내음까지 한 번에 해결되는 비법이었다. 요즘은 멸치가루만 사용하고 있는데 맛이 훨씬 깔끔하다.

 

 

책의 구성은 주방/ 청소와 관리/ 수납/ 요리로 엮여있는데, 곳곳에 녹아있는 그녀의 진심 어리고 섬세한 배려에 따뜻한 위로마저 들었다.

거기에 더해 그녀의 깔끔하면서 이지한 라이프스타일과 아름다운 가구와 식기 및 소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내 맘을 가장 두드린 건 전체적인 내용에 깔린 그녀의 마인드였다.

제목의 '작은 살림'  이란 단어처럼 살림을 자꾸 키우지 않고 적은 살림으로 깔끔하게, 부지런히 움직이는 듯하지만 쉽고 여유롭게 가사를 즐기는 그녀가 정말 부러웠다. 

완벽주의에 가까운 성격임에도 주변을 완벽히 가꾸지 못 해 늘 마음에 들지 않았고, 몸을 더 많이 움직인 수고에 비해 효율은 오르지 않고 새로운 일이 자꾸만 더 쌓이기만 했는데 이제는 가사가 노동이 아닌 즐거운 놀이가 (조금은) 되고 있는 것 같다.

애초에 책을 선택했을 당시의 기대를 전혀 져버리지 않고 마지막 장까지 내게 위안을 준 고마운 책에 감사를 드린다.

저자의 다른 저서들도 구하고 싶은데 국내엔 아직까지 이 책만 있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 곧 다른 저서들도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책 속으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집안일. 이 집안일을 마법처럼 간단하게 해낼 방법은 없을까?

끝없이 고민한 끝에 두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첫 번째는 살림살이를 줄이는 것이다. '공간에 들어가는 만큼만 살림살이를 둔다', '실제로 사용하는 물건만 둔다.'

그리고 또 하나는 집안일을 미루지 않는 것이다. (pg.5)

 

기름 요리를 하면 기름이 사방 2미터까지 튄다고 한다. 이때 버너 주변의 열기가 식기 전에 주변을 한번 닦아 주면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말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시간이 좀 지나면 때가 찌들어 버리기 때문에 세제와 솔을 써야만 한다. 그래서 곧바로 닦는 습관이 중요하다. (p.32)

 

청소기와 세제를 사용하는 대대적인 청소를 하지 않더라도 '하면서 청소'와 '하는 김에 청소' 습관을 들여보자. (중략)

이렇게 집안일이 귀찮게 느껴지기 전에 끝내면 그만이다. 집안일을 힘들이지 않고 하려면 의무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pg.80)

 

젖은 수건 청소법은 예전에 출연했던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알게 되었다. 옆 스튜디오에서 청소 관련 프로그램 녹화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젖은 수건이 참 편리해 보여서 바로 시험해 보고 그 효과에 반하고 말았다. 젖은 수건은 세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어디든 깨끗해지는 만능 청소도구다. (pg.88)

 

집이 어지럽혀지지 않는 수납의 법칙

1. 모든 물건은 자리를 정해 둔다. (중략)

2. 물건의 가짓수를 정하고 늘리지 않는다. (중략)

3. 사용 중인 물건은 바구니째 이동한다. (중략)

4. 수납 용기는 색상, 사이즈, 모양을 통일한다. (중략)

5. 손이 닿지 않는 곳에는 선반을 만들지 않는다. (pg. 120-124)

 

'쓸데없는 공간'도 필요하다

공간이 여유로우려면 살림살이를 줄이고, 수납을 철저히 하고, 청소와 정리를 부지런히 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여기에 더해서 쓸데없는 공간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구나 물건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는 것보다는 빛과 바람이 여유롭게 통하는 빈 공간을 두어야 실내가 쾌적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pg.154)

 

매 끼니 진수성찬은 그만

이제 나는 매 끼니를 정성껏 만드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하루 종일 가스레인지와 싱크대에 붙어 있는 생활과는 작별을 했다. 집안일을 최소한으로 하려면 요리 역시 단순해져야 한다. (pg.163)

 

뒤처리까지 간편한 냄비 요리 만들기

리모델링 후에 처음 이 주방에서 만든 것이 바로 양배추 볶음이었다. 그런데 프라이팬에 볶았더니 올리브오일이 가스레인지 표면뿐만 아니라 주위의 벽과 바닥까지 튀었다. 요리에 1분이 걸렸는데, 청소에는 3분이 걸렸다. (중략)

01. 프라이팬보다 깊이가 있는 냄비를 사용한다.

02. 만드는 분량은 요리 재료가 냄비 바닥에 깔릴 정도로만 한다.

03. 기름이 튀지 않도록 냄비를 불에 올리기 전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재료도 함께 넣는다. (pg.177)

 

아끼는 물건일수록 아끼지 말기

평소 차를 마실 때는 영국에서 사온 앤티크 찻잔 세트를 사용한다. 매일매일 식탁을 차릴 때도 마찬가지로 아끼는 식기를 꺼낸다.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일수록 보관해 두지만 말고 자꾸 꺼내서 사용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은으로 만든 앤티크 차 거름망은 사용한 후 곧바로 세척하면 물로만 씻어도 반짝반짝 빛이 나고, 접시도 물로 헹굴 때마다 색이 더욱 깊어진다. 그렇게 손으로 만질 때마다 애착이 더 생겨난다. (pg. 183)

 

 

 

★ 모든 서평은 Para Ti(파라 띠)의 네이버블로그 (에이미의 스윗창고) http://amy3837.blog.me 및

네이버 책, 페이스북, 트위터에서도 동일하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