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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아도 괜찮아, 기운내
도인종 지음 / 디어센서티브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아주 가끔
나와 같은 얼굴과 모습으로 똑같은 인생을 살고 있을 누군가가
어딘가에 한 명은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물주의 실수로라도, 혹은 창작력의 한계가 있었다면.
사람 사는게 거기서 거기라지만
한 편으론 너무도 다르잖아
그런데 저 편 어딘가에서
손 내밀어 달라며 울부짖는 네가 보일 듯 잡힐 듯
환영이 환청이 무언가 다른 공기가 나를 감싸와
거기 너
이런 느낌에 소름이 돋게하는 너
너도 지금 나를
이 세상 점보다 작은 내 존재를 궁금해 하고 있는건 아닌지
너는 지금 어떻게 견디고 있는거니
운명처럼 널 만나면
너를 붙들고 마주하고 끌어 안고 울며 위로해 주고 싶다
많이 힘들지.... ]
언젠가 다이어리에 끄적인 일기를 다시 펼쳐 들었다가 쓰려오는 속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희미해진 과거라 우습게 봤건만 내 몸은 그 아픔의 강도를 정확히 기억해 내어 즉각 반응을 보여온 것이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지극히 섬세한 사람들 중 하나인 나또한 지극히 섬세하지 못한 가족과 동료,사람들로 인해 참 오랜 세월을 아파하며 방황해 왔던 것 같다.
섬세하지 못한 세상에서 섬세하지 않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오로지 생존을 위해 마음의 벽을 치고 적당히 그어버린 선들이 나이테가 되어 가슴에 켜켜이 새겨져 있는듯 하다.
기억들을 하나 둘 꺼내 들여다 보고 있자니 다 아물어 딱지 진 자리에 또 다시 시뻘건 핏물이 솟구쳐 오르는것 같았다.
저자가 섬세한 이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상처만큼 여려진 가슴으로 지금도 그렇게 힘겹게 살아가고 있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그저 안타까워 가슴이 따끔거렸다. 손을 붙들고 이렇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많이 힘들지....?'
사실 이 한 마디면 되는 걸.
섬세하지 못한 사람들은 섬세한 사람을 분석하고 평가하며 판단하려든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안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것은 고쳐야 하는 모습이라 쉽게 단정해 버린다.
놀라운 것은, 심지어 많은 섬세한 사람들조차 자신의 성향과 특성에대해 보듬어주고 함께할 모습으로 보기보다는 극복할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생각보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대해 모르고 사는것은 아닌지.
저자는 섬세한 이들의 특성, 섬세한 사람의 사랑, 섬세한 사람의 직업과 직장생활들을 공감이 가는 다양한 예시와 함께 이야기하며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저자 또한 지극히 섬세하여 생각이 많고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기에 이런 이야기들에 공감하고 그 속에서 섬세한 이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조언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섬세하지 않은 부모로 인해, 섬세하지 않은 연인이나 배우자로 인해, 또는 서로 너무 같거나 너무 달라서 상처받는 당신이라면 이 책을 통해 위로받고 용기를 내길 바란다.
지금도 자기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으며 어딘가에 웅크려 낙담하고 있는 섬세한 이들아,
당신은 잘못이 없습니다.
당신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변하지 않아도, 변하려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은 그저 불친절한 바람이 온대 토양위에 떨구어 놓은 열대 식물의 씨앗이었을 뿐이예요.
맞지 않는 땅에 겨우 뿌리 내려 살아가는 당신을 친절한 누군가가 당신이 있어야할 곳에 옮겨 심어 줄거예요.
당신이 자랄 수 있는 토양에서 그들과 서로 보듬고 행복하세요.
섬세하기에 너무도 아름다운 당신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