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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테레사, 넘치는 사랑 - 가난을 고발하려 인도로 떠난 사진가, 마더의 사랑에 물들다
오키 모리히로 지음, 정호승 엮음, 정창현 옮김 / 해냄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콜카타.
인구 1천만 명
인구 밀도 1평방킬로미터에 3만 명 (도쿄의 두 배)
슬럼가의 인구 1백만 명
홈리스 40만 명
한센병 환자 36만 명
인구 폭발의 원점 격인 콜카타를 가볍게 살펴 볼 요량으로 방문했다가 충격적인 현실을 맞딱뜨린 보도사진가 오키 모리히로는 어느 날 헌 책방에서 운명처럼 마주친 [하나님께 바치는 아름다운 일]이란 책을 통해 마더 테레사의 존재를 접하게 된다.
그 후로 7년 간 마더 테레사와 수녀들, 그리고 인도에서 가장 낮은 곳에 처한 이들을 사진에 담아온 그는 작업 초반엔 특종이 될 만한 가장 극적인 사진을 얻기 위해 임종 직전의 환자들에게마저 무자비하게 셔터를 눌러댔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마더 테레사와 자매들의 삶에 서서히 녹아 들어 감화를 받으며 그의 사진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고 자국인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이러한 충격적인 현실과 수녀들의 헌신을 설파하는 것이 자신의 소명임을 깨닫고 사진집과 에세이집을 내고 사진전을 열기에 이른다.
이 책은 정호승 시인이 지인을 통해 구하게 된 오키 모리히로의 책을 시인의 부친께서 우리 말로 옮기시고 정호승 시인이 다듬는 과정을 거쳐 출간되었다.



아껴 보고 싶은 마음에 책장을 빨리 넘기기가 머뭇거려지는 책이었다.
스스로 낮아져 가난한 사람 속으로 파고 들어 그들에게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찾는 마더 테레사와 수녀들의 헌신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러나 아마도 테레사 수녀와 자매들은 그들의 행위에 '헌신'이란 단어를 적용하는 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것이다.
수녀들의 대부분이 유복한 가정 출신임에도 모든 것을 버리고 콜카타로 향할 수 있었던 것은 비장한 각오로 사회봉사를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진실로 가난한 이들을 사랑했고, 그들의 일터에는 언제나 웃음이 넘쳐 흐른다.
마더 테레사의 두둑한 배짱과 기발한 아이디어, 넘치는 위트를 엿볼 수 있는 부분에서는 멈칫하며 즐거운 미소를 띠게 될 것이다.
또한 국고 보조금을 전혀 지원받지 않고도 부족한 물질을 어떤 기적으로 채울 수 있었는지 언급된 부분에선 하나님의 사랑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Poor is Beautiful'을 외치며 가슴으로 낮은 이들을 안아주고 진실로 섬기다 생을 마감한 테레사 수녀와 그녀의 자매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노령의 나이로 고된 번역 작업을 하시고 생을 마치신 故 정창현 선생님과 아름다운 책과의 만남에 다리를 놓아 주신 정호승 시인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더 이상 '노벨 평화상 수상자'란 호칭으로 마더 테레사의 숭고한 업적의 가치가 국한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